트럼프 공격이 오히려 '독' 됐다…이란, 세계 원유 '쥐락펴락'

입력 2026-04-09 08:44   수정 2026-04-09 08:51


이란이 휴전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사실상 세계 원유 흐름이 이란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휴전 기간 동안 해협 통과 선박을 하루 약 12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오만과 카타르 등 미국 사이에서의 중재국들에게 전달했다. 통과를 원하는 선박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며, 일부 통행료는 위안화나 암호화폐로 지급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실제 통행량은 급감했다.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던 선박은 최근 4척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교전 기간 동안 허가 없이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하며 해협을 사실상 장악했고, 이러한 통제 체제를 휴전 이후에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조치는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협상 지렛대와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선박 출신 국가에 따라 통행 조건을 차등 적용하는 체계도 구축 중이다. 이란산 원유 운반선은 자유 통과를 허용하는 반면, 우호국 선박에는 통행료를 부과하고 미국·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은 통과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중동 산유국과 글로벌 에너지 소비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이란에 통행료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향후 영구 휴전 협상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제법 위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자연 해협에서는 통행료 부과가 허용되지 않지만, 이란은 이미 의회를 통해 통행 승인 및 요금 부과를 포함한 관리 계획을 승인한 상태다.

미국은 여전히 ‘자유로운 항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통제 완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무허가 선박에 대해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는 방송을 송출하며 압박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뿐 아니라 LNG, 비료, 헬륨 등 주요 자원의 공급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박 통행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이란이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명확한 보장과 함께 안정적인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운사와 에너지 기업들 또한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운항 재개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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