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장의 비밀병기 ‘스타링크’, 우주 인터넷 시대 열까[테크트렌드]

입력 2026-04-11 07:41   수정 2026-04-11 07:42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 여파로 이란과 중동 국가들의 기간 시설들이 황폐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 시설 피해도 커지고 있다.

물리적 파괴를 차지하고라도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전쟁이나 내부 반정부 시위 발생 시 내부와 외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고 정보를 통제한다. 따라서 전쟁 기간에 이란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식이나 정보를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모든 통신 인프라가 차단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을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항공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다.

국경 없는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

스타링크는 전 세계에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위성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다. 고도 약 550km의 저궤도 위성을 사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약 1만 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600개는 휴대폰과 직접 연결되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D2C) 기술을 사용한다. 스타링크 모바일 사용자는 1600만 명이 넘으며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1000만 명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 MAU가 2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도 2025년 12월 4일 공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스타링크는 우주 상공에 떠 있는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상 시설이 초토화돼도 위성 안테나와 배터리만 있으면 인터넷망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타링크는 이란 내 인터넷 차단을 우회해 공습 실태를 외부에 알리고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이란에는 밀반입된 스타링크 단말기가 5만 대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전 초기에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 후 정보 유출을 막고 외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란 전역의 인터넷 접속을 사실상 전면 차단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차단되자 이란인들이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용해 공습 영상을 공유하는 등 외부 세상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에 이란 정부는 군사장비를 동원해 스타링크에 방해전파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스타링크가 전장터에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치열한 전쟁 중인 이란에도 스타링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 안테나와 라우터 약 1만5000세트를 우크라이나에 배송하고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했다.

저궤도 위성 통신 한계를 극복한 스타링크

사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는 스타링크가 처음은 아니다. 1990년 초반 모토로라의 이리디움(Iridium) 프로젝트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화 가능한 위성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기술적 한계, 비싼 단말기 가격, 디지털 이동통신(GSM)의 급성장 등으로 파산했다가 겨우 기사회생해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기술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수만 개의 위성을 동시에 운용하며 과거 기술적, 비용적 한계를 극복했다. 무엇보다 스타링크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존 통신 인프라 구축이 어렵거나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위성 단말기, 모뎀, 공유기 등을 설치하면 스마트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스타링크가 가진 또 다른 기술적 특성은 초고속 저지연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레이저 간 위성 링크(ISL, Inter-Satellite Laser Links) 기술의 고도화로 지상 광케이블을 거치지 않고도 전 세계 어디서나 1Gbps 수준의 다운로드 속도를 보장한다.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훨씬 낮은 550km 고도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지연시간이 짧아 지상 인터넷 수준의 속도(최대 500Mbps 이상)를 제공한다.

또한 위성이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돼 도서 및 해양 지역이나 오지 및 재난 상황, 통신 취약지역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소위 다이렉트 투 셀(D2C) 기술로 현재 스타링크는 영국, 우크라이나에서 D2C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자들

이러한 저궤도 위성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우주 인터넷이라 불리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스타링크만 있는 건 아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및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경쟁자는 제프 베이조스가 이끌고 있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9년 설립된 카이퍼 프로젝트(Project Kuiper)가 이름이 변경된 아마존 레오(Amazon Leo)를 통해 3236개의 위성으로 대규모 인터넷망을 구축, 스타링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과 인도 바르티 그룹이 주도하는 원웹(OneWeb), 캐나다 위성통신사 텔레샛이 주도하는 텔레샛라이트스피트(Telesat Lightspeed) 등이 있다. 중국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국영기업 차이나샛넷(China SatNet)의 궈왕(Guowang)과 첸판(Qianfan) 등 자체 저궤도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기존 통신사의 인터넷 서비스와 경쟁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현재로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타링크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 부사장인 마이클 니콜스는 최근 모바일월드콩크레스(MWC)에서 지상 이동통신망과 경쟁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주요 이동통신사들도 스타링크 모바일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타링크를 통한 머스크의 원대한 비전 이루어질까

인류는 현재 저궤도 위성을 통해 지구상 어디에서나 고품질의 초고속 저지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는 우주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 특히 스타링크가 2세대 위성망 구축을 완료하는 2027년에는 위성에서도 고성능 5G 네트워크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단지 통신서비스가 열악한 지역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통해 화성 탐사선인 스타십(Starship) 개발과 화성 도시 건설 비용을 위한 재정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보는 관점이다. 이는 단순한 통신 사업을 넘어 우주 식민지 개척이라는 머스크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포석이다.

머스크가 야심차게 진행 중인 자율주행차(테슬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군사용 통신망(스타실드) 등 미래 산업의 핵심 통신 인프라 역할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머스크의 원대한 비전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주 쓰레기와 안전성 문제이다. 스타링크와 같은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수만 개의 위성이 궤도를 점령하며 발생한 우주 쓰레기 문제가 거론된다.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몇 년마다 수만 개의 위성을 교체해야 하고 또한 엄청난 수의 스타링크 위성은 궤도상 충돌 위험을 증가시켜 우주 비행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독자적인 위성망을 구축하려는 ‘소버린 우주’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저궤도 위성을 둘러싼 통신 주권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중국 영해에서 스타링크의 사용이 차단되는 사례처럼 각국의 규제와 통신 주권 확보 경쟁은 스타링크가 넘어야 할 정치적 장벽이기도 하다.

심용운 동국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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