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요금제 정책의 초점이 '가격 인하'에서 '소비자 권리'로 옮겨졌다. 정부가 이동통신 요금제 개편에 칼을 빼 들었는데, 저가 요금제에도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넣고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요금제를 대폭 단순화해 5G 최저 구간을 2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2022년 '5G 중간요금제' 도입으로 본격화한 요금 인하 압박이 4년 만에 '기본통신권 보장'으로 확장된 셈이다.고령층 혜택도 확대된다. 만 65세 이상 이용자에겐 음성·문자 제공량을 사실상 무제한 수준으로 늘린다. LTE·5G 요금제는 이통3사 합산 250개에서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5G 최저 구간은 기존 3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로 낮춘다. 청년·시니어 등 연령별 혜택은 별도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 적용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고령자 약 140만명이 연간 590억원에 이르는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계산이다.
다만 당시 중간요금제에 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통3사 모두 신규 요금제를 만들긴 했지만 24GB·30GB·31GB 등 비슷한 구간에 몰려 선택권이 기대만큼 확장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자가 많이 찾는 40~50GB대 요금제가 비어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5G 요금제 '빈칸 메우기'를 주문했지만 막상 업계에선 '최소한의 대응'으로 그쳤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3년엔 이통3사가 중간요금제 구간을 더 촘촘하게 쪼개도록 압박했다. 2022년이 '중간요금제 도입 원년'이었다면 2023년은 '구간 세분화'로 설명된다.
실제 SK텔레콤은 24GB~110GB 사이에 37~99GB 구간 4종을 추가하고 청년·시니어 요금제를 신설했다. KT는 30~110GB 사이에 50GB·70GB·90GB 구간을 새로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31~150GB 사이에 4개 구간을 추가했다.
같은 해 11월엔 후속 대책으로 5G 최저요금을 4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낮추고 단말 종류와 관계없이 5G·LTE 요금제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정책 방안이 발표됐다.
이 방안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곳은 KT였다. KT는 2024년 1월 이통3사 중 처음으로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놨다. 월 3만7000원에 4GB를 제공하는 최저구간을 신설했고 30GB 미만 구간도 4·7·10·14·21GB 등 5개로 세분화했다. 10GB 5만원, 21GB 5만8000원 상품도 함께 추가됐다. 선택약정 25% 할인 적용 땐 최저요금제를 2만원대에 이용하도록 했다.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약 두 달 뒤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은 월 3만9000원에 6GB짜리 요금제와 월 2만7000원에 6GB를 주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청년용 요금제도 함께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월 3만7000원·5GB, 온라인 전용 월 3만원·5GB짜리 상품을 추가했다.
하지만 3만원대 5G 요금제는 이내 도마에 올랐다. 이통3사의 3만원대 요금제가 4~6GB 수준에 그치면서 "명목 요금은 낮아졌지만 1GB당 단가는 오히려 높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정부가 요금 최저 구간을 끌어내리긴 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별개였던 셈이다.
다만 수치로 잡히는 성과는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 3월 신설 중저가 요금제 가입 인원이 전달 기준 62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같은 속도로 가입자가 늘 경우 연간 최대 5300억원에 달하는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엔 알뜰폰이 통신비 절감 정책의 전면에 섰다. 과기정통부는 작년 1월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SK텔레콤 데이터 도매대가를 낮추고 종량제 데이터 도매대가를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이후 같은 해 3월 월 1만원대에 데이터 20GB를 기본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가 등장했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진행한 요금 인하 압박을 올해 기본통신권 보장으로 한층 확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이다. 정부가 요금 인하 기조를 유지해 왔던 만큼 기본통신권 정책이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 요금 청구서상에서도 현실화할지 여부가 정책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을 통해 기본통신권이 보장되는 이동통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국민이 요금제 개편에 따른 편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통신3사와 요금제 개편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해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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