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1개 노조, 그룹에 최후통첩…"임금피크제 폐지·RSU 약속 이행해라"

입력 2026-04-10 14:29   수정 2026-04-10 15:20




한화그룹 노동조합들이 '계열사 독립 경영' 명분을 앞세운 그룹의 대화 거부 행태를 규탄하며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이하 한화노협)가 10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요구안 수용을 촉구했다.

한화노협은 한화생명,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 내 11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된 연대 기구다.

노협 측은 지난해 2월 발표한 '공동요구안'에 대해 그룹이 1년 넘게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측이 계열사별 독립 경영 원칙을 고수하며 그룹 차원의 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공동요구안에는 실질적 근로 조건 개선안이 대거 포함됐다. ▲임금피크제 폐지 ▲40년 장기근속 포상 신설 ▲창립기념일(10월 9일) 대체휴무제 도입 ▲명절(설·추석) 차례비 각 50만원 신설 ▲노동절 및 창립 선물 단가 상향 등이 핵심이다.

한화노협은 "그룹의 전략적 결정에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노동 조건과 직결된 대화 요청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통제와 억압 위주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협은 오는 24일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연대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날 회견에서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 약속했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RSU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을 부여하는 보상 제도다. 한화그룹은 인수 과정에서 경영 성과 달성 시 임직원에게 RSU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미해결 상태가 지속되는 이유는 사측이 내세우는 '지급 조건 미달'과 노조가 주장하는 '약속 위반'이 평행선을 달리기 때문이다.

사측은 영업이익 등 구체적인 경영 지표가 기준치에 도달해야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호황 국면에 접어든 현시점에서도 자본시장법상 한계나 투하자본 수익률 등 복잡한 지표를 핑계로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한화오션지회는 사측이 하청노동자 성과급 동일 지급이라는 정부와의 약속을 방패 삼아 정규직 노조와의 협의를 해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측이 전체 성과급 재원을 고정해둔 채 '동일 지급' 원칙만 강조함으로써, 현장 노동자 간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고 비난의 화살을 서로에게 돌리게 하는 '노노(勞勞)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명한 산식 공개 없이 지급 시기를 지연시키는 행태가 현장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시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 겸직 이후 한화시스템의 노동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종 한화시스템 노조위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경영진이 겸직한 이후, 기존 복리후생 제도를 에어로스페이스 기준에 맞춰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하향 평준화'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조와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저성과자 선발 프로그램과 연봉 삭감으로 이어지는 'C 고과' 부여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주장했다.

한화노협은 이번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계열사 전반의 부당노동행위 고발과 함께 공동요구안 쟁취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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