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뮤직 클래시컬에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나단조를 듣는다고 칩시다. 곡명을 검색하니 앨범 219개가 나옵니다. 이 앨범들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첼리스트 요요 마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해 1989년 소니 클래시컬에서 출시한 앨범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앨범 설명에 있는 글귀 하나가 눈에 띕니다. ‘무손실’이란 용어죠. 음질이 무손실이라는 말 같은데, 아리송합니다. 다른 앨범도 살펴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1968년 녹음한 도이치그라모폰 앨범은 ‘고해상도 무손실’이네요. 고해상도는 뭘까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보게 되는 음질 표시, 그 정체를 살펴봤습니다.
음역폭 기준 되는 주파수...44.1kHz면 충분
음질을 이해하려면 소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린 귀로 소리를 듣습니다. 공기의 떨림이 고막에 닿고, 이 고막의 떨림이 달팽이관을 거쳐 신경으로 전달되죠. 공기가 빠르게 떨릴수록 음은 높아집니다.
1초에 얼마나 빠르게 떠는지 표현하는 단위가 헤르츠(Hz)입니다. 사람은 20~2만Hz의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공기가 1초에 20회 떨면 초저음이, 2만회 떨면 초고음이 나오는 거죠. 악단이 실황에 앞서 오보에나 바이올린으로 음을 맞출 때 내는 소리는 4옥타브 라인데요. 이건 440Hz, 1초에 440회 떨리는 소리입니다.

소리를 스트리밍 음원으로 바꾸려면 결국 이 진동들을 모두 디지털 신호로 잡아내야 합니다. 컴퓨터는 일정 간격마다 소리를 측정해 매 순간의 값을 기록합니다. 그런데 초고음은 1초에 2만회까지 떨잖아요. 이걸 컴퓨터로 잡아내기 위해선 그 2배인 초당 4만회 이상은 소리를 측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초당 2만번까지 측정하면 될 것 같지만 이렇게 하면 측정 시점 사이에 끼인 초고음이 제대로 검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동 간격을 촘촘히 잡아내지 못해 실제보다 낮은 음으로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죠.
그래서 많이 볼 수 있는 측정 빈도 값이 4만4100Hz입니다. 음원에선 1000 단위를 뜻하는 ‘k’를 붙여 44.1kHz로 표시합니다. 이 정도면 절반인 2만2050Hz까지 잡을 수 있어 사람의 가청 영역을 무난히 커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44.1kHz나 48kHz 담은 음원을 ‘무손실’로 간주하곤 합니다. 물론 이 측정 빈도를 늘리면 소리를 더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음원에 따라선 96kHz, 192kHz까지 이 빈도를 늘려 녹음합니다.
이 빈도는 곧 음원의 해상도가 됩니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192kHz에 ‘고해상도 무손실’이란 이름을 따로 붙이고 있죠. 192kHz면 그 절반 값인 94kHz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귀로는 걸러낼 수 없는 진동 빈도입니다. 박쥐 정도는 돼야 100kHz까지 듣습니다.
96kHz나 192kHz까지 측정 빈도를 높이는 경우는 믹싱이나 마스터링 같은 후처리 과정에서 녹음 품질이 훼손되면서 생기는 문제를 막으려는 목적입니다. 녹음본에 필터를 씌워 튀는 음을 제거할 때 그 적용 정도를 매끄럽게 만드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음량 변화 섬세함은 비트의 차이..24비트는 '취향'
진동이 반영 가능한 음역폭을 결정한다는 점은 우리의 청각 노화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줍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고음에 둔해진다고 합니다. 가청 주파수가 1만5000~1만7000Hz로 떨어지죠. 큰 소리는 고막 너머 달팽이관까지 충격을 전합니다. 고음을 담당하는 청각 세포는 달팽이관 입구쪽에 있죠. 달팽이관 입구는 소리를 바로 받아 상하기 쉽습니다. 청력이 떨어질 땐 고음부터 안 들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나이가 들면 작은 소리를 듣는 게 더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음량은 진동 폭이 결정합니다. 이 폭은 데시벨(dB)이란 단위로 구분합니다. 달팽이관 세포가 손상되면 미세한 진동, 즉 작은 dB의 소리를 잡기가 어려워집니다. 구체적으로 10dB이면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40dB이면 조용한 밤의 주택가에서 나는 소리 정도라고 합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100dB까지 소리가 커지죠.
이 음량을 컴퓨터로는 어떻게 인식할까요. 디지털 세계에선 0과 1, 단 두 가지로만 데이터를 입력하죠. 이 단위가 비트(bit)입니다. 16비트는 0이나 1을 입력하는 행위를 16차례 했다는 뜻입니다. 16비트면 2의 16제곱, 6만5536단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한 순간에 음량에 대해 담을 수 있는 데이터의 유형이 6만5536가지나 되는 것이죠. 비트가 높을수록 기록할 수 있는 음량의 간격도 촘촘해집니다. 악기의 질감이나 다이내믹(음량 변화)을 더 섬세하게 반영할 수 있죠. 예민한 사람들은 비트가 낮으면 음량이 곡선처럼 매끄럽게 바뀌지 않고 계단식으로 조금 꺾이듯 변한다고 말합니다. 심하면 일부 소리가 노이즈(잡음)처럼 들린다고 하죠.

16비트만 돼도 인간의 귀로는 음량 변화가 분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멜론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16비트 이상을 고음질로 간주합니다. 반대로 24비트를 고음질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4비트면 한 순간에 1677만7216단계를 가릴 수 있죠.
16비트와 24비트의 차이는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전문가가 하이엔드(고급) 장비를 쓰는 경우에나 구분된다고 합니다. 비트는 담을 수 있는 음량의 최댓값도 결정합니다. 16비트면 96dB, 24비트면 144dB까지 소리를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144dB면 총성보다 큰 소리입니다. CD 품질의 음원은 16비트와 48kHz를 기준으로 봅니다.
BTS 성덕대왕신종 녹음, 작아서 안 들릴 뿐
Hz가 음역, dB가 음량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음원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아리랑>에 담긴 곡 ‘No.29’입니다. 성덕대왕신종의 타종 소리를 담은 1분 39초 음원이죠. 들어보면 일반적으론 종소리가 첫 20여초밖에 안 들립니다.
그 이후엔 사람의 ‘가청 주파수’로 들리지 않는 소리가 담겼다고 화제가 됐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이 음원의 주파수를 살펴보면 1분 30초가 넘어서도 사람의 가청 주파수에 해당하는 소리가 잡힙니다. 20~1000Hz 사이 저음역과 중저음역 구간에서 소리가 잡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No.29’가 귀에 잘 안 들리는 이유는 주파수가 아니라, 진폭 때문입니다. 사람의 가청 주파수에 해당하는 소리가 계속 나오고는 있는데 진폭이 작은 거죠.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dB로 미약하게 종이 울리고 있는 겁니다.
이 볼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 즉 진폭을 일부러 키우면 사람의 귀로도 1분 30초가 넘는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듣는 잔향은 저음이 강하다 보니 묵직한 소리가 납니다.

전자음악에선 진폭에 필터를 걸어 재미있는 효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피아노 소리에서 일정 dB 값을 웃도는 큰 소리들을 모두 뭉개면 어떻게 될까요? 커다란 소리의 섬세함이 사라질 뿐 아니라 음량의 최고치도 작아집니다. 그럼 여기에 전체 음량을 일정하게 키워주면? 큰 소리에 묻혀 있던 작은 소리가 살아나면서 ‘댕댕’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피아노 특유의 맑은 소리는 사라지지만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와도 어울릴 수 있는 단단한 소리가 탄생하죠. 박자에 맞춰 특정 dB 값에 미달하는 조그마한 소리를 뭉개는 식으로 리듬감을 낼 수도 있습니다. 작은 소리는 죽이고 큰 소리는 고스란히 살려 ‘쿵짝쿵짝’ 리듬을 내는 겁니다.
<쾌락: 즐겁게 음악을>은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음악을 접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을 알려주세요. 같이 배우고 나누겠습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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