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군(軍) 영상을 공유하며 SNS에 올린 글이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보편적 인권을 강조한 메시지”라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지만 중동 전쟁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불필요한 외교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11일 해당 글을 X에 공유하며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unacceptable), 강한 규탄(condemnation)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썼다. ‘규탄’은 상대국을 비판하는 최고 수준의 외교 수사로 읽힌다. 이스라엘이 공식 외교라인을 거치지 않고 X에 비판 글을 게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스라엘의 반발 이후 이 대통령은 11일 “끊임없는 반(反)인권,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 되돌아볼 만한 데 실망”이라는 글을 또 올렸다. ‘실망(disappointment)’은 규탄보다 한 단계 낮지만, 직접적인 불만을 표하는 외교 언어로 해석된다. 우리 외교부도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유감스럽게(regret) 생각한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2일에도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르며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벌어진다”며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며 역지사지는 국가관계에도 적용된다”고 적었다. 또 ‘이스라엘의 여성, 아동 대량 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언급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을 X에 재게시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가 주창해온 ‘실용 외교’의 노선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랍 국가들이 우호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가시적인 외교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반도체 공급망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정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SNS를 통한 즉각적 의견 표출, 즉 ‘사이다 발언’이 지지자의 속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외교 현안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X에 캄보디아어로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뜻의 SNS를 올렸다가 캄보디아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적 파장이 일어날 사안은 오래 외교 분야에 머문 참모와 의견을 나눈 뒤 의견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외교 참사”라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현실부터 직시하고 국익을 저해하는 SNS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이나 정부 인사들은 대통령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은 “한국은 일제 전시 체제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등을 겪은 만큼 국제 인도법 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스라엘의 언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형규/김다빈 기자 khk@hankyung.com

◇李, 관련 글 7건 게재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X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고문한 뒤 건물에서 떨어뜨렸다’고 주장한 영상을 기반으로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 없다”고 썼다. 해당 영상이 2024년 촬영됐고 아이가 아니라 시신을 떨어뜨린 장면이라는 지적이 일자, 이 대통령은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은 타협할 수 없는 최후의 가치로 지켜져야 한다”고 새로 글을 올렸다.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11일 해당 글을 X에 공유하며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unacceptable), 강한 규탄(condemnation)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썼다. ‘규탄’은 상대국을 비판하는 최고 수준의 외교 수사로 읽힌다. 이스라엘이 공식 외교라인을 거치지 않고 X에 비판 글을 게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스라엘의 반발 이후 이 대통령은 11일 “끊임없는 반(反)인권,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의 지적을 한 번쯤 되돌아볼 만한 데 실망”이라는 글을 또 올렸다. ‘실망(disappointment)’은 규탄보다 한 단계 낮지만, 직접적인 불만을 표하는 외교 언어로 해석된다. 우리 외교부도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유감스럽게(regret) 생각한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2일에도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르며 정치와 언론 영역에서도 매국 행위는 벌어진다”며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며 역지사지는 국가관계에도 적용된다”고 적었다. 또 ‘이스라엘의 여성, 아동 대량 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언급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을 X에 재게시했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보편적 인권’ 강조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메시지의 시기와 형태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SNS 영상으로 비판했기에 국제 사회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자유 진영에선 금기시되는 일”이라고 말했다.이번 정부가 주창해온 ‘실용 외교’의 노선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랍 국가들이 우호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가시적인 외교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반도체 공급망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정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SNS를 통한 즉각적 의견 표출, 즉 ‘사이다 발언’이 지지자의 속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외교 현안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X에 캄보디아어로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뜻의 SNS를 올렸다가 캄보디아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적 파장이 일어날 사안은 오래 외교 분야에 머문 참모와 의견을 나눈 뒤 의견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외교 참사”라며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현실부터 직시하고 국익을 저해하는 SNS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이나 정부 인사들은 대통령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은 “한국은 일제 전시 체제에서 위안부, 강제징용 등을 겪은 만큼 국제 인도법 위반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스라엘의 언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형규/김다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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