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헤일메리와 아르테미스 2호

입력 2026-04-12 17:58   수정 2026-04-13 00:13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위해 던지는 마지막 롱패스를 뜻한다. 성공 확률은 낮지만 한 번의 시도에 모든 것을 건다. 절박함과 기도의 의미를 동시에 담은 말로, 성모송 ‘아베마리아’의 영어식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그레이스 박사 역)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큰 인기를 끌며 주목받은 용어다. 영화 속 그레이스 박사는 인류를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우주 한복판에서 막아내지만 지구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레이스의 마지막 선택은 귀환이 아니라 잔류를 통한 인류애 실천이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지구로의 항로를 포기하고 멸망 위기에 처한 외계 종족을 돕는 길을 택한다. 자신을 도운 외계인 친구 로키와 함께 낯선 행성에리드로 향한다. 지구인은 영웅의 귀환을 원했겠지만 그레이스는 자신이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생명체를 도와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있었다.

최근 아르테미스 2호가 달 궤도 유인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 인간의 눈으로 달의 모습을 관측하며 심우주 탐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르테미스가 ‘귀환’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순간, 세계는 경이로움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거대한 낙하산을 펼치고 태평양에 안착하는 오리온 캡슐의 착수 장면은 현대 과학기술 발전을 그대로 증명했다. 우리는 다시 달로 향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길을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만들 것이다.

아르테미스 대원들은 귀환한 뒤 ‘인테그리티’(무결성, 하나 됨)를 외쳤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것은 특별한 일이고, 지구에 산다는 것도 특별한 일”이라며 “우리는 영원히 하나로 묶여 있다”고 했다. 그레이스 역시 인간과 지구, 우주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는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선택으로 또 다른 의미의 귀환을 보여줬다. 그레이스의 잔류와 아르테미스의 귀환은 인류애와 연대의 끈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헤일메리’는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존일지도 모른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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