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와 콜드플레이…그들이 '비워야' 했던 이유 [조지아의 웰니스 리추얼]

입력 2026-04-21 09:48   수정 2026-04-21 09:57


정보가 권력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리더에게 정보는 '자산'이 아니라 '침입'에 가깝다. 트렌드를 앞서는 신간도, 즐겨 듣던 음악도, 개봉일에 챙겨보던 영화조차 언젠가부터 뇌를 마비시키는 과잉 자극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건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쏟아지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은 여유가 아니라 '정확한 판단력'일 것이다.
쉬기 위해 더 지치는 역설
글로벌 리더들이 동양철학이나 명상에 심취하는 사례들을 볼 수가 있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선불교에 깊이 심취해 단순 수련만을 위함이 아니라 애플의 제품철학과 디자인 DNA에 직접 통합시킨 것으로도 유명하고,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도 수만명의 관중 앞에 서기 전 그가 선택한 것은 더 많은 리허설이 아니라 12분간 종이에 모든 것을 쏟아낸뒤 그것을 태워버리는 비움의 의식, 즉 ‘FREE-FORM WRITING’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의 안식과 일상의 번아웃을 벗어나기 위해 멀리 아이슬란드로 오로라를 보러 떠나거나, 끝없이 펼쳐진 몽골 초원의 지평선을 보러가거나, 알프스 대자연속의 온천과 스파를 찾아 진정한 안식을 찾으려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위적 소음이 제거된 공간에서 비로소 사유의 주권을 되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우리에게 '한달 살기'나 장기 휴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프로젝트가 된다.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상을 비우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워 업무를 몰아치고, 밀린 집안일을 정리하며, 자리를 비운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를 더욱 혹사한다. 쉬기 위해 준비하는 그 복잡한 과정이 이미 우리를 먼저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건강을 위한 '틈새 고립'을 권하고 싶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턱 밑까지 차오르거나, 병이 들고 나서야만 심신을 돌보기 위한 강제 휴식을 취하곤 한다. 그러나 일상이 무너지기 전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출장을 가거나 짧은 여행을 떠날 때 디지털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는 시간을 즐긴다(그게 사우나든 수영장의 물이든 핸드폰과 떨어지길 권한다). 그곳에서 요일도 시간도 잊게 되는 마법에 갇힌다. 이것은 시간의 개념을 초월하려는 의도적인 망각이자, 생존을 위한 리추얼(Ritual) 이기도 하다.

의도적 망각: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생존 전략
이 짧고 리드미컬한 단절의 시간은 머릿속의 복잡한 실타래를 정리해 준다. 역설적이게도 아이디어와 창의력은 '생각하기 위해 애쓸 때'가 아니라, '생각을 비워냈을 때' 비로소 발현된다. 뇌를 철저히 비워낼 때, 세상을 바꿀 통찰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현대의 리더들은 쏟아지는 정보와 끊임없는 판단의 무게 속에서 잠든 순간에도 뇌를 멈추지 못한다. 뇌가 쉬지 못할 때 삶의 질은 떨어지고, 판단력은 정확도를 잃는다. 오히려 데이터 유입을 완전히 차단했을 때 비로소 뇌는 쌓인 정보를 재배치하고, 이를 고도의 지혜로 정제하기 시작한다.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5G가 터지는 스마트 오피스가 아니라, 통신이 끊긴 자연 속에서 태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최고의사 결정권자로서의 생존 전략이자,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성과 관리다.
우리는 누구의 속도로 살고 있는가

몇 달전 제주 포도 뮤지엄에서 마주한 이완 작가(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의 작품 <고유시(Proper Time)>는 리더의 시간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560여 개의 시계가 저마다의 속도로 돌아가는 이 전시는, 우리가 절대적이라 믿는 시간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불평등한지를 시각화한다.

누군가에게 1시간은 생존을 위한 사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여유다. 시장의 속도나 타인의 SNS 리듬에 나를 맞추는 순간, 리더의 시계는 고장 나기 시작한다. 환경에 매몰된 인간은 시간의 노예가 되지만, 환경을 조망하는 리더는 시간의 주인이 된다.

진정한 웰니스는 외부의 강요된 속도를 차단하고, 나만의 ‘고유한 리듬’을 회복하여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이다. 시간의 흐름은 물리적 양이 아니라 '심리적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 환경에 매몰된 인간은 시간의 노예가 되지만, 환경을 조망하는 리더는 시간의 주인이 됨을 시사한다.
마르텐 바스: 시간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려내는 것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텐 바스의 <리얼 타임(Real Time)> 시리즈는 또다른 시사점을 준다. 암스텔담 스키폴 공항 라운지에서도 볼 수 있는 스키폴 클락(Schiphol Clock). 포도뮤지엄에서의 리얼타임시리즈는 작가자신이 12시간동안 시계바늘을 그리고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만든 작품이다. 관객은 유리창안에 사람이 갇혀있는 듯한 착시를 느끼며 시간의 흐름을 인간의 행위로 체험하게 한다.

우리가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인지, 시간이 우리를 통제하는 것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사실 시간이란 누군가의 에너지를 쏟아부어 직접 그려 넣어야만 존재하는 실체다. 필자가 사우나와 수영장의 고요를 찾는 것도, 기계적인 ‘디지털 시간’에서 벗어나 내 의지로 1분 1초를 직접 그려 넣는 ‘주체적 시간’을 회복하려는 의식(Ritual)이다.
더하기보다 위대한 ‘비우기’의 전략
그래서 오늘날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지혜로 정제할 수 있는 ‘여백’이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의 틀을 잠시 벗어나 나만의 고유한 리듬으로 숨 쉬어 보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멈춤’은 결코 ‘지체’가 아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브랜드의 고유한 철학을 지키고, 껍데기뿐인 소음 사이에서 본질의 궤적을 찾아내는 일은 이 ‘비움’의 리추얼에서 시작된다.

남들이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빠른 판단’에 집착할 때, 고요 속으로 침잠할 줄 아는 리더는 ‘바른 판단’을 내린다. 타인이 그려 넣는 시계 바늘을 지우고 직접 자신의 시간을 그려본 사람만이 비로소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와 기회를 발견한다.

필자가 비즈니스 파트너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관계를 넘어, 얼마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시야의 주파수'를 공유할 수 있는가이다.

고요 속으로 침잠할 줄 아는 리더는 빠른 판단이 아닌 '바른 판단'을 내리며, 비움의 의식을 통해 날카롭게 벼려진 직관은 때로 수백 장의 데이터 보고서보다 더 명확한 해답을 가리킨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그 자체로 이미 가치 있다. 함께한 비즈니스가 설령 원하는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본질을 향해 함께 사유했던 시간은 반드시 나의 성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핸드폰 없이 오직 자신의 호흡에만 집중했던 시간은 언제인가? 만약 당신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면, 더 많은 정보를 채울 것이 아니라 당장 ‘비행기 모드’를 켜기를 추천한다. 최고의 전략은 ‘더하기’가 아니라 ‘비우기’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 단 1시간이라도 타인이 그려 넣는 시곗바늘을 지우고 직접 자신의 시간을 그려 보라. 그 찰나의 고요를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우리는 그 틈새에서 함께 더 큰 미래를 설계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시도 손에서 폰을 떼지 못하는 우리를 보며, 세상을 바꾼 스티브잡스와 마크주커버그의 능력이 가끔은 잔인한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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