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과 트럼프의 입…미국과 유럽 관계 파탄직전으로

입력 2026-04-16 00:52   수정 2026-04-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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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의 고압적인 입이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를 파탄 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 언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힘이 다른 나라들의 자발적 협력에 기반하며 미국의 세계 질서 주도에 따르는 어려움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것을 트럼프와 측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파트너들을 외교적으로 무시하고 소통을 거부하면서 유럽 동맹국들도 점점 미국을 경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내에서 이념적으로 트럼프와 가장 가까워 트럼프가 칭송해온 이탈리아의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레오14세 교황이 이란 전쟁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이 트럼프 덕분에 교황에 선출됐다고 우기면서 “외교 정책에 끔찍한 인물”이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멜로니는 트럼프 비판에 이어 미국의 전쟁 파트너인 이스라엘과의 20년된 방위조약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란 전쟁에 대한 비판으로 여러 번 트럼프의 분노를 산 영국과 프랑스는 이번 주 금요일(17일)에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회복하기 위한 평화적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트럼프에 대한 유럽의 비호감은 헝가리 총리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주말 헝가리 국민들은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시켰다. 심지어 미국 부통령 JD밴스까지 헝가리에 와서 막판 유세를 지원했음에도 큰 표차로 진 패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를 유럽 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파트너 중 한 명으로 꼽아왔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유럽연합(EU)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

트럼프는 지난 해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고,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며,각국 정상들을 수시로 비난하고 모욕했다. 또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노골적인 합병 욕심을 드러내며 군사 행동 위협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유럽 관계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파트너들에게 외교적 침묵을 강요하며, 분쟁과 관련해선 동맹들과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 면제시 유럽과의 협의를 배제한 것도 포함된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이같은 변화는 트럼프 리더십 스타일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은 러시아나 중국, 이란 등 적대적 세력에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의하면서 연합을 구축하는 전략을 선호해왔다. 예전 미국 대통령들이 미국의 압도적 힘을 행사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 같은 전략이 외교적으로나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조지 W 부시의 공화당 행정부에서 일했으며 우파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에 소속된 코리 셰이크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미국의 힘이 다른 나라들의 자발적 협력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협력이 미국이 세계에서 시도하는 모든 일의 비용과 어려움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트럼프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한 비용을 전 세계에 전가하면서, 심지어 다른 국가들과 상의조차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관리들은 그럼에도 안보 및 에너지 문제 때문에 미국과 영구적으로 결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의 거리두기는 트럼프 정부 정권에 한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 파트너 국가들에도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홍해 해협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에 호르무즈 봉쇄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

최근의 사태 전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이미 깊어진 무역 및 안보 분야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그린란드 사태 이후에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임기 초반에 취한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포기하고 트럼프에게 보다 확실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전 하원의원 카를로스 커벨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고립주의적이면서 개입주의적인 접근 방식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파견 요구에 미국을 돕지 않기로 한 국가들이 그 전략의 희생양이라면서 "우리가(미국이) 마침내 그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고립되고 미국도 고립됐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동맹국들은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유럽과 달리 미국의 소통 부재에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란 휴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지 못했으나 4월 8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는 전화 통화를 했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도 미국의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대부분의 석유 및 액화 천연가스 수송이 몇 주간 중단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취사용 연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긴급 설비 폐쇄가 이루어지고 정유 시설이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의 호르무즈 봉쇄 조치 시행은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 등지의 에너지와 비료 등 원자재의 공급 부족 상황을 더 악화시킬 전망이다.

워싱턴의 비개입주의 단체인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로즈메리 켈라닉은 "만약 내가 석유 등을 공급받기 위해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기로 한 아시아 국가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 합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데 대해 매우 불쾌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미국이 유가 급등에 대해 더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행동으로 중국이 캐나다,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도 문제다.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이자 전 국가안보회의(NSC) 관료였던 라이언 하스는 "트럼프에 대한 반감과 불안정한 현재 추세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안전의 등불 이미지를 과시하며 큰 노력없이도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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