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팍팍 쓰던 '큰손' 사라졌다…명품업계 발칵 뒤집힌 까닭

입력 2026-04-16 12:24   수정 2026-04-16 12:38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명품 판매가 주춤하자,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 기업의 큰손인 '중동시장'이 지갑을 닫으면서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증시에서 에르메스는 전날 대비 8.22% 내린 1636.50유로에 장을 마쳤다. 에르메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22.22% 하락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를 보유한 케링도 이날 9.29% 하락했으며, 크리스찬 디올(-0.95%) 역시 약세를 나타냈다. 이 밖에 버버리(-2.27%), 명품 주얼리 그룹 리치몬트(-1.92%)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명품기업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인터내셔널은 1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환율 변동을 제외한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5.6% 늘어난 40억7000만유로(약 7조원)였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전년 대비 7.1%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같은날 케링 역시 구찌의 실적을 발표했으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구찌의 1분기 매출은 13억4700만유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특히 패션·가죽 부문 매출은 9%나 줄어들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역시 전날 발표에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고 밝혔다.

명품기업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중동전쟁'을 지목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중동 지역 매출이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동은 에르메스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4.4%에 불과하지만, 매출 증가율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에릭 뒤 알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두바이를 비롯한 걸프지역 명품 쇼핑몰 매장의 매출이 3월에 40%나 급감했다"며 "이탈리아와 스위스, 영국 매장도 중동 쇼핑객 감소로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케링과 LVMH도 이란 전쟁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케링은 1분기 중동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LVMH는 중동 분쟁이 1분기 전체 매출 증가율을 약 1%포인트 낮추는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다른 명품 기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업계는 중국 시장의 경기침체, 무역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인한 명품 소비 감소로 고전했다. 올해는 부진을 털고 수요 회복을 노리고 있었으나,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터지며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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