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맞는 사람 만나고 싶어요"…SNS 후기 늘더니 '초대박'

입력 2026-04-17 19:01   수정 2026-04-18 01:09


결혼에서 ‘사랑’보다 ‘조건’을 우선하는 2030세대가 늘어나며 결혼정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성평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결혼중개업체(국제결혼 제외)는 779곳이었다. 2023년 742곳, 2024년 769곳에 이어 지속적으로 늘었다.

결혼정보회사 신용카드 이용 금액도 증가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 금액은 2024년 대비 18.5%, 이용 회원은 13.5% 늘었다. 2023년과 비교해서는 각각 22.5%, 14.0% 증가한 수치다.

업계 1위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의 매출은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듀오는 지난해 매출 483억6917만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4년(454억1540만원) 대비 6.5% 증가했다. 이 회사 매출은 2020년 280억8377만원에서 지난해까지 6년간 연평균 약 12%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자연스러운 만남보다는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조건에 맞는 상대를 찾겠다는 2030세대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입시와 취업 등 치열한 경쟁을 거쳐온 젊은 세대에게 결혼에서도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직·대기업 등 만남 주선…성혼시 8000만원 프로그램도
외모부터 매너까지 종합 관리…계층이동 어려워진 현실 투영

“여성은 23세부터 가입하러 옵니다. 가입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지난 15일 찾은 서울 역삼동 A결혼정보회사 상담 매니저는 “회원으로 가입하는 20대 초·중반 여성과 30대 초반 남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담동에 있는 B사의 상담 매니저도 “2001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여성 회원이 최근에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혼기를 놓친 이들이 주로 찾던 결혼정보회사가 이제는 2030세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치열한 입시·취업 경쟁을 거친 젊은 층이 배우자 선택에서도 효율성을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높은 집값과 경직된 계층 이동 구조 역시 결혼 결정에서 소득, 자산 등 현실적 조건의 비중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0만~1000만원 가격대 다양
17일 업계에 따르면 2030세대 유입이 많아지자 결혼정보회사 시장도 세분화되고 있다. 가입비만 받는 듀오와 같은 일반 회사부터 가입비와 성혼비를 둘 다 받는 노블레스수현, 퍼플스, 엔노블 등 이른바 노블레스 업체까지 다양한 형태가 등장했다. 전문직, 대기업 직장인 등 특정 계층 간 만남을 주선하는 업체는 물론 크리스천 전문 업체 등 종교 기반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가입비 대신 성혼비를 받는 곳인 클렙센트, 마리엔 등 새로운 영업 방식도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 래미안원베일리 인근에서 해당 지역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결혼정보회사가 문을 열었다.

가입비도 20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날 방문한 한 노블레스사의 상품은 가장 비싼 1680만원짜리부터 1180만원, 780만원, 가장 저렴한 480만원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성혼 시 8000만원을 받는 VVIP 프로그램도 있었다. 일반 결혼정보회사의 5회 만남 기준 가입비는 200만원대 후반에서 300만원대 초반 수준이다.
◇“조건이 맞아야 사랑 시작”
결혼정보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듀오에 가입한 약사 A씨(29)는 “어차피 연애의 목적은 결혼인데, 조건이 맞지 않는 상대에게 시간과 감정을 쏟고 싶지 않아 27세 때 가입했다”고 했다. 퍼플스에 가입한 B씨(28)는 “성공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계층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건이 맞아야 사랑을 시작할 수 있고, 이를 미리 걸러주는 점에서 결혼정보회사가 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보니 SNS를 통한 후기 공유, 홍보도 활발하다. 한 인플루언서가 올린 이용 후기 영상은 조회수 8만 회를 넘겼고, 인스타그램에서 ‘결정사’ 해시태그 게시물은 1만8000건 이상에 달한다. 노블마리아주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방언니’는 구독자 41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영상이 조회수 10만 회를 웃돈다. 모두의지인이 운영하는 ‘진러브’ 채널 역시 구독자 44만 명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능력 있는 남성에 대한 여성 수요가 높은 만큼 업체들은 전문직 남성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결혼정보업계 관계자는 “전문직 자격을 보유한 회원은 가입비를 100만원 미만으로 낮춰주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는 남성 이용자가 더 많은 데이팅 앱과 달리 여성 회원 비율이 약 60%로 높은 편이다.
◇부모가 권유…가입비 지원도
결혼정보회사는 단순한 ‘소개’를 넘어 종합 컨설팅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맞선 전 코디 상담부터 매너 코칭까지 서비스하며 외모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퍼플스 관계자는 “맞선에 입고 갈 옷을 보내면 피드백을 주고, 만남 이후에는 대화 태도와 매너까지 코칭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한카드가 초혼 중심 8개 결혼정보회사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60대 이용 금액이 2022년 대비 39.4% 증가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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