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칠까봐, 소외감 느낄까봐…요즘 학교는 운동장 축구도 금지

입력 2026-04-19 09:00   수정 2026-04-19 09:14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최근 학교로부터 운동장에서 방과 후 축구 활동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A 씨는 "안전 펜스를 높이거나, 축구 가능 구역을 지정하는 해결책을 찾는 대신 금지하고 보는 것은 행정적 편의일 뿐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며 "PC방과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땀 흘리며 자라길 바라는 것이 무리한 욕심인가"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고 있다. 19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전국 초등학교 축구·야구 등 스포츠활동 금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 6189개교 중 5.04%인 312개교가 교과 시간 외 축구·야구 등 스포츠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은 303개교 중 105개교(34.65%), 서울은 605개교 중 101개교(16.69%)에 달했다. 정규 교과 시간 외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방과 후를 이용해 친구들끼리 축구 또는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 사고와 민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선 한국교총 부회장은 "운동장 규모는 정해져 있는데, 한쪽에서 축구를 하면 다른 쪽에 있는 아이들이 축구공에 맞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민원을 넣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교가 축구를 금지하고 있다"며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축구를 하고 싶은 남학생들이 소프트공으로라도 연습하고 싶다고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축구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민원도 나온다고 한다.

학교 현장의 상황은 교육 당국이 추구하는 방향과 상반된다. 정부는 2028학년도부터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시간을 2년간 80시간에서 144시간으로 약 2배 늘릴 계획이다. 초등 저학년부터 신체활동을 늘려 아이들의 기초 체력과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학교 현장에서 자발적인 체육 활동은 허락되지 않고 있다.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로 교내 체육활동뿐만 아니라 교외 활동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3년간 현장체험학습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중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598개교(98.8%)에서 2025년 309개교(51.1%)로 2년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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