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부동산 시장에서 기묘한 이중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매 거래는 얼어붙은 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반면 임대 시장, 특히 연간 임대료가 수억원을 호가하는 이른바 '슈퍼 프라임' 구간은 전례 없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역설적인 장면의 배후에는 중동의 포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삼던 고액 자산가와 글로벌 기업 주재원이 런던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로 켄싱턴과 웨스트민스터 같은 핵심 지역의 임대 수요는 전년 대비 7% 이상 급증했고, 부촌 지역 중개업소마다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 금리 인상기에 나타난 전반적인 시장 침체와 달리, 지금의 런던은 매매와 임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발효된 임대차 권리법과 비거주자 세제 폐지가 맞물리면서, 규제 부담을 체감한 다주택자가 시장에서 조용히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새 임대차법은 임차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집주인 입장에서는 매물 회수나 매도 전환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으로 작용합니다. 그 결과 런던 중심부의 신규 임대 매물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감소했습니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위축되며, 시장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구조가 임대료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런던 프라임 시장은 글로벌 불안기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지만, 지금의 과열은 그 작동 방식이 이전과 분명히 다릅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매매가와 임대료 사이의 이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소유'하기보다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점유'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산의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전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산을 특정 지역에 고정시키기보다 언제든 이동 가능한 형태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며, 런던 슈퍼 프라임 시장은 이런 수요가 집중되는 대표적 출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현상은 단순한 임대 수요 증가가 아니라, 글로벌 리스크 회피 자본이 특정 자산군으로 쏠리는 구조적 이동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흐름에는 투자자가 간과하기 쉬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현재의 임대료 급등은 자산 펀더멘털의 개선이라기보다 외부 충격에 의해 촉발된 일시적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거나 영국의 규제 환경이 다시 공급자 친화적으로 전환되면 고공행진하던 임대 수익률은 예상보다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매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 일부 임대 수요가 다시 매수로 전환되며 시장 균형이 재형성되는 국면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시장은 수익률(yield)이 아니라 안전성(security)에 프리미엄이 부여된 상태, 다시 말해 본질적인 수익 창출력보다 자산 보존 기능이 가격을 결정하는 국면임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향후 런던 럭셔리 주거 시장은 규제 적응 과정을 거치며 한층 더 선별적인 투자 환경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인 임대 수익에 집중하기보다 규제 변화에도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입지와 희소성을 중심으로 자산을 선별하고, 세제 변화와 금리 인하 시점, 영국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지정학적 위기가 완화되더라도 런던이 지닌 글로벌 허브로서의 상징성은 유지되겠지만, 임대차법 개편에 따른 실질 수익률 저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의 슈퍼 프라임 임대 열풍은 시장의 체력이 강화된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불안이 만들어낸 '화려한 도피처'의 가격표에 가깝다는 점을 인식할 때, 비로소 투자자는 기회와 함정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