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아니면 다이소…"어중간하면 망하게 생겼다" [트렌드+]

입력 2026-04-20 19:00   수정 2026-04-20 19:01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유통 시장의 중심이던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의 이른바 '중간 소비'가 무너지고 있다. 명품을 앞세운 백화점과 초저가를 앞세운 다이소로 소비 지형이 양극화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4조5363억원, 영업이익 44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19.2%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9.8%)도 10%에 육박하면서 고물가 국면에서 늘어난 초저가 소비 수요를 빨아들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마트 업계와 비교하면 다이소의 성과는 뚜렷이 부각된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72억원에 그쳤다. 다이소의 성장은 유통업계 생존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과거 판촉 수단에 그쳤던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워 초저가 상품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다.

이마트는 4980원 스팀다리미와 드라이어 등을 앞세워 초저가 PB '5K프라이스'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는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500원짜리 '숨결통식빵'을 내놨고, 롯데마트도 1000원대 티슈 등을 앞세운 PB 할인전에 나섰다. 홈플러스 역시 '심플러스' 초저가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고물가에 모든 소비층이 얼어붙은 건 아니다. 초저가 소비의 반대편 끝단에서는 백화점이 버티고 있다. 소비 전반은 둔화했지만, 프리미엄 수요는 꺾이지 않으면서 백화점 3사도 지난해 나란히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갔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3조3394억원, 영업이익 504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0.6%, 27.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매출 7조4037억원, 영업이익 4061억원으로 각각 2.2%, 0.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 2조4377억원, 영업이익 3935억원으로 각각 0.1%, 9.6% 성장했다.


아낄 것은 아끼되, 보여지는 소비와 만족감이 큰 소비에는 돈을 쓰는 경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는 셈. 식자재와 생활용품, 기초 화장품 등 티가 나지 않고 반복 구매하는 품목은 초저가 상품을 선택하지만 주얼리, 니치 향수 등 상징성과 체감 만족이 크다면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선별 소비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다이소는 초저가로 몸집을 키우고 백화점은 프리미엄으로 버티면서 고물가 시대 유통가의 승자 또한 '가장 싼 곳'과 '가장 비싼 곳'으로만 나뉘는 형국.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간 가격대가 대중 소비를 흡수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확실히 비싼 것' 아니면 '확실히 싼 것'을 찾는다"며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을 내세우던 중간 소비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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