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 프랑스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혁명으로 집권한 로베스피에르는 우유를 비롯해 곡물, 고기, 가죽, 종이 등에 가격상한제를 시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휘발유, 육류, 의복 등을 대상으로 배급제를 도입했다. 생필품 배급제와 함께 시행한 뉴욕시의 임대료 규제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71년 8월 “미국 전역의 모든 가격과 임금을 90일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1973년 6월 석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2022년 마스크와 자가 진단키트 가격상한제를 시행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가격상한제 덕에 물건을 싼값에 산 소비자는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줄어들면서 품귀 현상이 발생해 비싼 값을 주고도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싼값에 샀다고 해서 꼭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급이 부족해진 탓에 몇 시간 줄을 서서 간신히 샀다면 그 시간의 기회비용을 물건값에 포함해야 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상한제는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자극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 이 같은 초과 수요 상황은 암시장을 낳는다. 암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가격상한제에서 정한 최고 가격은 물론 가격상한제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시장균형가격보다도 높아진다.
로베스피에르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우유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겠다며 우유 가격의 상한선을 정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충분히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우유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사료 가격이 비싸 낙농업자들이 우유 가격 상한선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안 로베스피에르는 사료 가격에도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사료마저 품귀 현상을 빚었다. 닉슨의 석유 가격상한제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가스 라인(gas line)을 만들었다. 마스크 가격상한제는 마스크 두 장을 사려고 약국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촌극을 낳았다.
오랜 역사와 수많은 사례가 알려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가격상한제는 예외적 상황에서 시행하는 비상 대책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 이상으로 시장의 힘을 거스르려는 시도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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