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온라인 사기 산업이 권력층 비호와 강제노동을 발판으로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캄보디아 전역에 관련 산업 시설이 퍼지면서 ‘스캠보디아’로 부르는 표현까지 나온 상황이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는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 기업이 짓는 초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있다. WSJ는 이 건물에 대해 "수십억달러를 빼돌린 초국경 사이버범죄의 전리품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고 전했다.
배경에는 범죄조직과 지배층의 깊은 연결 의혹이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9월 프놈펜 고층빌딩 시행사가 중국 출신 카지노 거물 쉬아이민과 연결돼 있다고 봤고, 이 명단에는 캄보디아 상원의원 2명과 총리 보좌진을 지낸 중국계 인사도 포함됐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천즈는 부동산과 은행, 카지노 사업으로 정치권 핵심부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장관급 총리 고문 자리까지 올랐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캄보디아 기반 사기조직의 연간 수익은 최대 19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40%에 해당하며 최대 공식 산업인 의류 제조업을 웃도는 규모다.
미국인들은 2024년 동남아발 온라인 사기로 100억달러를 잃었고, 이는 전년보다 66% 늘어난 수치다. 훈 마네트 총리는 국가 이미지 훼손이 공식 경제에도 상처를 냈다고 인정했고, 앙코르 유적 입장권 판매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이같은 산업은 공장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태국 접경지 인근 바에마파크 단지에는 31개 건물에 걸쳐 6000~7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했고, 규모는 축구장 36개 면적에 달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현장에는 투자 사기와 로맨스스캠 뿐 아니라 사기 대본, 피해자 가족 정보, 가짜 경찰 제복과 가발까지 남아 있었다. 그곳의 대부분 노동자는 한 방에 12명씩 몰려 지냈다. 미국과 유엔은 이런 구조를 현대판 노예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미국과 중국 등의 압박이 커지자 최근 전국 단속에 착수해 4월 말까지 온라인 사기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250곳이 넘는 사기 거점을 급습했고 약 750명의 우두머리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시작했으며, 외국인 노동자 4만8000명을 추방하고 20만명 이상이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제재를 받은 거물 가운데 공개적으로 기소되거나 체포된 인물은 천즈 외에는 사실상 없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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