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이번 주말 중재국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란 보안팀이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준비 중인 가운데 양국 협상팀도 파키스탄에서 이르면 25일부터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이후 한계에 달한 이란의 경제 상황, 종전이 무기한 연기되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이 협상팀을 테이블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이끄는 소규모 협상팀이 이날 저녁 파키스탄에 도착했다. 미국 보안팀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실무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미국 협상팀이 이르면 25일 도착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아라그치 장관이 24일 저녁 파키스탄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협상이 언제 시작될지, 미국에선 어떤 인사가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IRNA통신 등 이란 매체들은 협상단의 파키스탄 방문을 보도했지만, 미국과의 2차 회담 가능성까진 언급하지 않았다.
IRNA는 “아라그치 장관이 24일 저녁 이슬라마바드, 무스카트(오만), 모스크바(러시아) 순방을 위해 출발한다”면서도 “이번 순방은 양국 협력과 역내 현안, 미국·이스라엘 정권이 이란에 강요한 전쟁의 최신 상황을 논의하는 게 목적”이라고 원론적으로 보도했다. 구체적인 순방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1차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차 종전 회담은 22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란 대표가 불참하며 열리지 못했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발목을 잡았다. 회담 예정일 하루 전인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연장을 전격 선언했지만, 이란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미국이 해상을 계속 봉쇄하면 다시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양국은 휴전을 유지했지만 군사적 긴장 상황은 이어졌다. 이란은 군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액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혁명수비대 해군이 이번주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추가 부설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두 번째다. 미국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이어가며 이란을 압박했다.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봉쇄가 발효되기 전에 이란 항구를 떠난 이란 암흑 선단 2척도 나포했다”며 “봉쇄는 필요한 만큼 지속될 것이고 시간은 이란 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협상 재개엔 파키스탄 정부의 물밑 중재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한계에 다다른 이란 경제 상황도 대미협상을 주도한 이란 온건파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에 따른 피해 규모를 3000억~1조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100만 명이 넘는다. 피해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극심한 만큼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가 종전 협상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입장에서도 전쟁을 길게 끌면 유리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2차 협상이 무산된 이후 이란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지만, 측근들에겐 군사 작전보다 종전을 선호한다는 속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에 “36~72시간 내 이란과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수위가 높아진 외교 수사에도 휴전이 유지되는 것은 양측 모두 긍정적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어느 쪽에서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조짐은 없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한명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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