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위안·유로 받겠다"…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계좌 개설

입력 2026-04-28 08:03   수정 2026-04-28 08:04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한 공식 금융 시스템을 구축했다.

27일(현지시간) 알라에딘 보루제르디 이란 고위급 의원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통행료 결제를 위해 자국 통화인 리얄화를 비롯해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 유로화 등 4개 통화 계좌를 개설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정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를 두고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체계적인 수입원으로 활용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란 의회는 통행료 징수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보루제르디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 보안 계획'이라는 이름의 법안 의회 첫 회기에서 승인될 예정이며, 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제도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전쟁과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란에 지속 가능한 수입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제 수단에 중국 위안화를 포함한 것은 서방 주도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란 측은 향후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활용해 리얄화 결제를 의무화함으로써 국제 거래에서 자국 통화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비공식적으로 행해온 통행료 징수를 정부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간 결제 방식을 두고 암호화폐나 위안화 사용설 등 논란이 있었으나, 중앙은행이 직접 현금성 통화 계좌를 개설하며 이를 정리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통행료 액수를 초대형 유조선(VLCC) 1척당 약 200만달러(약 29억5000만원) 또는 원유 배럴당 1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의 하루 평균 물동량(100척 이상)을 고려할 때, 이란은 통행료만으로 연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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