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기억 파헤친 시, 우리는 아직 '콜로니'에 있다

입력 2026-04-30 14:55   수정 2026-04-30 15:02



"이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 마치 우리가 DMZ라는 우리의 몸 위에 새겨진 상처와 흉터의 배치라는 어떤 설치 작품, 혹은 그룹 기획전을 보고 전시장을 빠져나온 느낌이 든다. (…) 우리가 아직 '콜로니'에 있는 느낌."

시인 김혜순이 추천사에 남긴 이 문장은 <DMZ 콜로니>가 어떤 책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계 시인 최돈미가 쓴 이 시집은 한반도 분단과 독재의 역사가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정면으로 다룬다. 김혜순, 이상 등 한국 시를 영어권에 알려온 번역가이기도 한 그는 이민 1.5세대의 시선으로 지워진 목소리들을 되살린다.

시집은 고전적인 시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시와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가 8막에 걸쳐 뒤섞인다.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의 증언, 한국전쟁 고아들의 기록, 산청·함양 학살의 흔적이 한데 모여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룬다.

시인에게 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일 이상이다. 억압된 기억을 복원하고 신식민주의에 저항하는 행위다.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이 시집은 이후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로도 번역됐다. 한반도라는 특수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보편적 공감을 얻어낸 결과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평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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