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AI 미술관

입력 2026-05-03 17:23   수정 2026-05-04 00:50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남긴 미완성 스케치와 악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완성한 ‘베토벤 10번 교향곡’이 2021년 독일 본에서 초연됐다. 거장의 악풍을 집중 학습한 AI가 음악 전문가들과 협업해 200년 가까이 미완으로 남아 있던 작품을 새롭게 살려낸 순간이었다.

AI는 클래식뿐만 아니라 광고·영화·게임 음악, 팝뮤직, 재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뽐낸다. 영상 예술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 AI 스타트업 런웨이의 Gen-3 알파, 루마AI의 드림머신 등은 누구나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영화적 느낌을 살린 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돕는다. 글로벌 완구기업 토이저러스는 오픈AI의 소라 등을 활용해 브랜드 역사와 창업주 꿈을 담은 광고를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한 영상 제작 영역도 이제 생성형 AI가 한 축을 차지하는 시대다.

급기야 ‘AI 미술관’까지 나온다는 소식이다. 튀르키예 출신 미디어아티스트 레피크 아나돌 부부는 다음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세계 최초의 AI 미술관 데이터랜드를 연다. AI가 만든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개관 주제는 ‘기계가 꿈꾸는 열대우림’이다. 아나돌스튜디오가 자연 이미지 수백만 장을 학습시킨 ‘라지네이처모델(LNM)’이 방대한 생태 데이터를 통해 가상의 열대우림을 꾸며낼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코넬대 조류학연구소,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등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계의 AI 활용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AI 작품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부터 저작권 공방까지 논란도 다양하다. 미국 공상과학소설(SF) 작가 테드 창은 “예술은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소통 행위”라며 “자동 완성 알고리즘은 그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컴퓨터 그래픽이 나왔을 때도 “이것이 예술이냐”는 논쟁이 일었지만 결국 우리는 그 도구를 품었다. 이번 AI 미술관이 예술사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지, 아니면 섣부른 실험으로 끝날지는 관람객이 답해 줄 것이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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