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풍기문란, 징계 가능한가요?

입력 2026-05-05 14:01  



해무그룹 감사실에 주인아 감사실장이 부임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 중 감사실 에이스 노기준 대리는 감사1팀 소속으로 산업스파이를 잡아내며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다가 주인아 실장의 지시로 루저팀이라고 불리는 감사3팀으로 좌천되고, 사내 풍기(P)문란(M)을 적발하는 PM 업무를 담당한다. 노동법적으로나 인사노무 관점에서 따져볼 것이 많은 드라마 ‘은밀한 감사’ 속 감사실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감사3팀으로 좌천된 노기준 대리. 갑작스러운 좌천에 노기준 대리는 주인아 실장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 업무에는 노 대리가 딱!”이라는 답변만 받는다. 아마 노기준 대리가 사내 연애 중인 동료 직원과 비상계단에서 애정표현을 한 것을 목격한 후 인사조치가 이루진 것으로 보아 본인이 한 행위와 같은 유형의 행위를 적발하는 자리에 표적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에 대한 전보발령이 종종 법적으로 다투어지는데, 전보발령의 정당성은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판단된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감사실 내 인력변경의 필요성, 사내 풍기문란 행위의 급증 등의 업무상 사유가 없이, 사내 풍기문란 행위를 했다는 점에 대한 문책성 전보라면, 생활상 불이익이 없더라도 부당한 전보가 될 수 있다. 사전 협의절차도 없었다는 점에서도 더 그렇다.

어쨌든 노기준 대리는 전보를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PM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손 차장의 아내로부터 손 차장이 정 차장과 사내 불륜관계에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하는데, 손 차장과 정 차장의 동향 파악 결과 업무적으로 가까운 것 외에는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손 차장 아내의 의심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해당 건을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야간 회사 내 회의실에서 손 차장과 정 차장이 애정행각을 벌이다 동료들에게 딱 걸려서 사내불륜이 확인된다.

회사(감사실)가 사내 불륜을 조사할 수 있을까? 조사를 한다는 것은 조사 이후 확인될 사실을 토대로 회사의 조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 외의 사람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질 만한 일이지만, 근로관계 및 직장 생활 속에서 징계를 받아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둘이 그냥 서로 좋다는데 그게 사내라서 해서 뭐가 문제냐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직장 질서가 문란해질 위험이 있거나 기업 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징계를 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징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60% 정도로 징계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보다 많다. 다만, 법적으로는 개인의 연애감정을 직장 질서와 바로 결부시키기는 어렵고, 불륜관계가 널리 알려져 동료들의 입방아에 오를 정도로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 대외적으로도 알려져 회사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한 경우, 상대 배우자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하여 물의를 빚거나 불륜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이 원만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경우, 불륜관계로 업무상 특혜제공의 원인이 되는 등에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사내불륜은 둘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면 문제없지만, 언제든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고 사내 조사나 징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보가 접수되면 상황을 파악해두는 차원에서 조사는 필요할 수 있고, 다만 회사 차원에서는 미행이나 이메일/메시지 열람 등으로 인한 사생활, 개인정보 침해가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내불륜으로 확인되고 사내 회의실에서 풍기문란 행위까지 발각된 손 차장과 정 차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손 차장은 계속 자리를 유지한 채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제외되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불이익을 입지 않았으나, 정 차장은 지방 공장으로 좌천되었다. 노기준 대리는 같은 비위행위를 하였음에도 형평에 어긋나는 조치이고, 굳이 따지자면 유부남인 손 차장이 윤리적으로 더 문제 있다고 하였으나, 주인아 실장은 “회사는 그 직원이 회사에 끼치는 손익만 윤리이고 도덕”이라며 일축한다.

즉 사내불륜 사이인 둘은 떼어 놓되 손 차장이 회사에 더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에 손 차장은 본사에 킵(keep)했다는 것인데, 회사 입장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추후 정 차장이 전보발령의 정당성에 관하여 문제를 삼는다면, 이러한 차별적인 조치는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차별적인 조치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 향후 인사운영 측면에서 바람직한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M팀의 다음 미션은 주차장 내 F구역 문제이다. F구역은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어 사내불륜러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고, "감사팀이 단속 좀 하라"는 민원이 빗발친 상황이다. 주인아 실장과 노기준 대리는 현행범을 잡기 위해 F구역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하였고, 노기준 대리가 의심가는 승용차 뒷좌석 문을 열고 자신의 과거 직속상사였던 김전무의 사내불륜 풍기문란 현장을 확인했다.

매우 적극적인 감사활동으로 주인아 실장에 따르면 ‘대어’를 낚았는데, 증거 확보 측면에서 현장급습이 효율적인 것은 분명하나, 사안에 따라서는 사생활 침해가 문제될 수 있고 추후 회사의 불법행위가 문제될 수도 있다. 또 흔히 보는 법조문은 아닌데, 형법에 자동차 수색죄가 있고(형법 제321조), 노기준이 자동차 문을 열고 현장을 확인한 것은 여기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한편, 직원에 대한 법익침해가 되고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도 있다. 관련하여 ‘회사의 직원이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비밀번호를 설정함으로써 비밀장치를 한 전자기록인, 피해자가 사용하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내어 다른 컴퓨터에 연결한 다음 의심이 드는 단어로 파일을 검색하여 메신저 대화 내용, 이메일 등을 출력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긴급히 확인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었고, 그 열람의 범위를 범죄 혐의와 관련된 범위로 제한하였으며, 피해자가 입사시 회사 소유의 컴퓨터를 무단 사용하지 않고 업무 관련 결과물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겠다고 약정하였고, 검색 결과 범죄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자료가 발견된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그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가 있다(대법원 2009.12.24. 선고 2007도6243 판결).

다만 사내불륜이 회사에 대한 범죄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F구역에 주차되었다고 하여 모두 사내불륜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그렇게까지 긴급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F구역 현장급습이 정당행위라고 평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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