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안 맞아" 상사 지적에…4000만원 청구한 직원 결국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6-14 13:59   수정 2026-06-14 14:03


업무 면담 중 상급자로부터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뒤 이를 해고로 받아들여 출근을 중단한 근로자가 '임금'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팀장급 인사의 발언만으로는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회사의 출근 명령을 거부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근로자 A씨가 전 직장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24년 9월 반도체 장비 제조사에 1년 계약직 생산 관리자로 입사했다. 하지만 입사 4개월 만인 2025년 1월 생산 팀장과의 면담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면담 과정에서 팀장은 A씨에게 "요즘 표정이 너무 좋지 않다. 업무가 힘드냐. 업무 방식이 회사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런데 면담 종료 이후 A씨는 '구두 해고 통보'로 받아들였다.

사흘 뒤 A씨는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 "팀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인수인계 자료를 폴더에 저장해두겠다"며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예고한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경영기획실장은 "누가 회사를 나가달라고 했느냐, 공식 절차 없이 회사에 안 나오면 어떡하느냐"며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복귀를 독려했다. 기획실장이 "그동안 안 나온 것은 연차로 처리해줄 테니 출근해서 이야기하자"며 정상 출근하라는 '출근명령서'까지 보냈지만, A씨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다 채우지 못한 계약 기간의 임금 4200만원에 더해, 계약직 계약 기간 만료일부터 매달 541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통상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해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가 청구한 '해고 무효 확인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각하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생산팀 팀장은 해고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팀장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곧바로 회사의 공식적인 해고 통보로 간주할 수 없으므로 해고 자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어 재판부는 "회사는 경영기획실장을 통해 A씨의 정상적인 출근을 계속해서 독려한 것으로 보이며, 달리 회사가 A씨에게 일방적인 의사표시로서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통보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무효를 확인해달라는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해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그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회사 측의 귀책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A씨가 청구한 약 4200만원의 미지급 임금 청구도 기각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사용자 측의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팀장급 관리자의 발언은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한 피드백이나 개선 요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특히 회사가 복귀를 촉구하는 출근명령서까지 발송한 것은 해고 의사가 없었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고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출근을 중단하기보다는 복귀 의사를 유지하는 것이 권리 보호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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