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전기차 공세 막으려다 더 낮아진 보조금 문턱

입력 2026-05-13 18:26   수정 2026-05-13 19:05

정부가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조사 평가 기준을 수입 전기차 업체에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대폭 완화한다. 국내 생태계 기여도 배점을 높여 국내 생산·고용 확대를 유도하려던 제도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 점수를 120점 만점에 80점 이상에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평가 기준’ 최종안을 13일 확정 발표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새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전기차 보급 사업 수행자 평가 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7월 국무회의에서 “중국 제품에 보조금을 다 주는 바람에 중국 업체만 배를 불렸다”고 지적한 것이 제도 도입 배경으로 꼽힌다.

차량 주행 거리와 에너지 효율 등 성능만 충족하면 보조금을 주던 방식을 바꿔 해당 제조사가 한국 산업 현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사후 관리에 투자했는지 따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업 신용평가 등급과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국내 특허, 직영 서비스센터 구축 여부 등을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했다.

하지만 새 기준은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수입 전기차 소비자 사이에서 ‘사실상 외국계 전기차를 배제하려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당 일각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기준을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종안에서 기후부는 신용평가 등급 항목을 삭제하고, R&D 투자도 국내 법인이 아니라 해외 본사 실적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서비스센터 평가는 직영망을 운영하지 않고 협력 업체만 두고 있어도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입차 업체에 불리한 항목을 대폭 완화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 시설과 공급망 기여도가 크지 않은 업체도 60점 이상만 확보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며 “전기차 업체가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겠다던 정책 취지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박종관/김리안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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