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직관의 힘

입력 2026-05-17 18:24   수정 2026-05-18 00:12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을 둘로 나눴다. 하나는 배워서 얻을 수 있는 이론적 지식인 ‘소피아(sophia)’를, 다른 하나는 몸에 경험이 쌓여 익혀지는 실천적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다. 그는 프로네시스에 대해 진실과 가치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마음의 습관’이라고 불렀다. 책으로 배울 수 없고, 돈으로 살 수도 없다. 오직 시간과 경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프로네시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관’에 가깝다. 임마누엘 칸트가 말하는 직관이 경험 이전에 형성되는 인식의 일종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직관은 경험이 쌓인 뒤에야 비로소 생겨난다. 직관은 논리를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중첩으로 논리가 너무 빠르게 작동해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도 제작된 바 있는 실화의 주인공 체슬리 설렌버거 조종사는 수십 년간의 비행 경험에서 쌓은 직관으로 위기의 순간 기지를 발휘해 승객 155명 전원을 구조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게리 클라인도 수천 번의 화재 현장을 경험한 소방관이 위기 상황에서 직관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일상과 일터에서의 좋은 판단은 논리와 직관이 함께 작동할 때 나온다. 데이터와 분석이 의사결정의 결정적 근거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직관은 수치로 포착할 수 없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강한 확신이 때로는 가장 정확한 신호가 된다. 논리는 이미 알려지고 증명된 것을 정리하고, 직관은 언어화되거나 데이터로 찍히지 않은 것을 먼저 감지하게 한다. 둘은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관계다. 직관을 근거 없는 감으로만 보지 말고, 경험에서 우러난 또 하나의 언어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관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변수가 많은 경우에는 경험이 쌓인 사람의 감각이 중요해진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통해 내재화한 감각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르는 차이가 된다. 지식은 인터넷 검색 한 번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직관은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자산이다.

물론 모든 직관을 존중할 수는 없다. 경험이 부족한 확신은 직관이 아니라 고집이다. 진정한 직관은 더 많이 부딪치고, 더 많이 틀려보고, 더 넓은 시야를 갖추기 위한 노력 위에서 자란다. 그렇게 오랜 시간 쌓아온 사람의 확신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의 내공을 논리의 언어로만 재단하지 말고, 경험이 만들어낸 지혜로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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