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가산업단지에서 휴·폐업한 기업은 1090곳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1분기 휴·폐업한 기업도 248곳에 달했다. 수도권 지역의 공장 경매는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최근 경매로 넘어가는 공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1~2022년 코로나19 때보다 훨씬 많다”며 “증시와 다르게 실물경기는 사상 최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경기 시화국가산단에선 기업인 체육대회 행사가 개최 2주 전 전격 취소됐다. 연례행사인데도 참석률이 저조했다는 전언이다. 산단에 있는 기계설비 제조업체 대표 K씨는 “요즘 시화 일대 중소 제조업체 절반 이상은 은행 이자 내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화·안산 일대 공장에 생수를 공급하는 J대리점 대표도 “2~3년 전만 해도 한 달에 생수 2000통을 납품했는데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물값 10만원도 내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는 공장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인천 남동산단에서 가전제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는 한 사출 업체는 열 달째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증금(4500만원)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업체 대표는 “비상계엄 이후 정부 조달사업이 거의 중단돼 직원을 다 내보내고 1년 이상 간신히 버텼는데 다시 이란 전쟁이 일어났다”며 “고부가가치 합성수지(ABS) 등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받지 못해 공장을 제대로 못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인근의 설비 부품 제조회사 대표는 “한 통에 8만원 하던 절삭유 가격이 13만원까지 올랐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은 협력사 관리에 부쩍 신경 쓰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거래처의 물량을 줄이는 등 공급망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친노동 정책도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의무화된 후 중소·중견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의원은 “뿌리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의 체질이 약해져 반도체, 조선, 방위산업 경쟁력도 떨어진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경기 시화·김포·인천 남동=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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