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반도체 기업으로 변신…두산 '마지막 퍼즐' 채웠다

입력 2026-05-17 17:57   수정 2026-05-22 16:52

이 기사는 5월17일 오후 4시2분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SK실트론 인수는 두산그룹이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두산은 반도체 전공정 소재(SK실트론·전자BG)부터 후공정(두산테스나)에 이르는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두산이 2022년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한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반도체 전·후공정 수직계열화
두산은 AI 가속기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두산 전자BG와 반도체 후공정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SK실트론을 품으면서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 제조 능력까지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거래처에 ‘웨이퍼 제조→인쇄회로기판(PCB) 소재 납품→반도체 성능 최종 테스트’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폭발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선제적 투자와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최근 태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약 1800억원을 투자해 CCL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2028년 양산이 목표다. 시장 수요 확대에 따른 증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 두산테스나도 고성능 AI 반도체 테스트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실트론에도 두산그룹 합류는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로 평가된다. SK실트론은 300㎜ 실리콘 웨이퍼를 기준으로 일본 신에츠화학, 섬코에 이어 글로벌 3위(점유율 약 17%)의 강자다. 하지만 그동안 같은 그룹사인 SK하이닉스와의 관계로 인해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론이 두산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 TSMC 인텔 등 글로벌 고객사와 더욱 대등한 관계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이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 자리를 꿰차면서 SK그룹 시절에 비해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M&A) 협상 막바지에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과감히 청산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전기차용 SiC 웨이퍼 대신 PC,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에 널리 활용되는 실리콘 웨이퍼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 AI 중심 기업으로 재편
두산은 2007년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49억달러)인 미국 밥캣을 인수했지만,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막대한 이자 비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에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핵심 사업인 두산건설이 흔들렸다. 12조원에 달하는 그룹 차입금을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알짜 자산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는 물론 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까지 매각하는 초강수 자구책을 통해 1년10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났다.

SK실트론 인수는 두산이 채권단 졸업 이후 약 3년 반 동안 추진한 고강도 사업 재편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896년 포목상 박승직 상점으로 출발해 2세대 유통기업(OB맥주), 3세대 인프라·중공업 시대를 거쳐 AI·에너지 중심의 4세대에 접어든 것이다. 두산은 이로써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 중심의 청정에너지, 두산밥캣·로보틱스의 스마트머신, SK실트론과 두산테스나가 이끄는 AI 반도체 등 3대 핵심 사업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SK는 SK실트론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AI와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할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안시욱/노유정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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