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20년래 없던 호황이다.”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얼마 전 펴낸 보고서에서 백화점 업황에 대해 이같이 짚었다. 그의 분석처럼 국내 백화점 매출은 올해 들어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은 장기화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커머스 매출 성장률을 웃돈 것은 물론 전체 유통 업태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성장세다. 최근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연이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공개하며 산업부의 수치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백화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확 바뀌었다. 이들의 주가는 계속해서 급등하며 ‘반도체’ 다음 주자는 ‘백화점’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때 유통업계의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던 백화점이 다시 강력한 전성기를 맞았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엔데믹이 본격화한 지난 2023년. 당시 백화점 업계엔 큰 위기감이 감돌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코로나19 당시 하늘길이 막히면서 나타났던 ‘보복 소비’ 현상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둘째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이커머스. 팬데믹 기간 빠르게 덩치를 키운 이들이 급기야 명품까지 팔기 시작한 것이다.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명품마저 이커머스가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백화점을 바라보는 우려는 현실화하는 듯 보였다.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던 주요 백화점의 매출은 2023년 한 자릿수로 추락하고 만다. ‘백화점 위기설’도 점점 확산했다.

2026년 현재 주요 백화점들은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음을 실적으로 증명했다. 주요 백화점들은 이커머스를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새롭게 썼다.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서 올해 내내 ‘백화점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주가도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 백화점이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백화점이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던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명품’과 ‘외국인’, 그리고 ‘리뉴얼’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패턴을 보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백화점 소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며 “금융자산 증가는 부동산보다 유동화가 손쉽고 빨라 심리적 부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영향이 패션과 명품 등 고가 소비를 견인하게 된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명품은 역시 백화점에서 사야 한다’라는 공식이 다시 유효해진 것도 한몫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들이 판매한 명품의 경우 ‘가품’ 이슈가 연이어 논란이 되면서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며 명품족들이 다시 백화점으로 몰리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백화점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 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가량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 백화점이 ‘명품’뿐 아니라 다양한 ‘K패션’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창구로 떠올랐다.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들은 ‘쇼핑’이 아닌 다양한 목적으로 백화점을 방문하는데, 이렇게 된 배경에는 백화점들이 상시 진행하는 ‘리뉴얼’이 자리한다.
과거의 백화점이 빽빽한 매장 구성으로 오직 ‘상품 판매’에만 몰두했다면 지금의 백화점은 물리적 ‘체험과 휴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온라인쇼핑몰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머무는 ‘체류형 공간’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주요 백화점들은 과감히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대규모 실내정원, 복합 문화공간 등을 내세워 방문객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급변하는 유행에 맞춰 수시로 전국의 유명 맛집과 이색 팝업스토어를 대거 유치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런 변화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백화점은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관광’ 코스로까지 떠올랐다”고 말했다.
매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 더 현대 서울 등은 세계적인 해외 백화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예컨대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이런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성장 배경을 엿보기 위해 해외 백화점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한국이 벤치마킹했던 해외 백화점들이 이제 반대로 한국을 배우러 오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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