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MZ력에서 나오는 파워…공식 없는 게 공식[백화점 르네상스②]

입력 2026-05-30 07:00   수정 2026-05-30 13:45

[커버스토리 : 백화점 르네상스-온라인이 닿지 않는 부와 욕망의 성지]

현대는 백화점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3조 점포가 없다. 핵심 점포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은 경험 중심의 유통 시대를 구축했다. 그 중심에는 2021년 오픈한 더현대 서울이 있다. 크리스마스 인증샷, 팝업스토어 오픈런 등을 주도하며 오프라인 유통점포 가운데 ‘가장 힙한 브랜드’로 올라섰다. 해외 유명 백화점들은 더현대 서울을 백화점의 미래라고 극찬하며 여의도를 찾고 있다.

현대백화점에는 정형화된 공식이 없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게 현대백화점의 주특기다. 비싼 땅을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브랜드 매장을 낼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만든다. 현대백화점이 적용한 새로운 문법은 MZ세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제 신세계도 롯데도 현대백화점을 따라 한다.
◆ 역대 최대 분기 매출 써낸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써내고 있다. 올해 1분기 백화점(별도) 매출은 6325억원으로 1분기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영업이익은 1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급증했다. 1분기 기준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까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는 명품 부문이 크게 성장했다. 워치·주얼리 부문 매출은 27%, 해외 명품은 14% 늘었다. 패션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고마진 패션 등 전 상품군 매출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핵심 점포 성장세도 가파르다. 더현대 서울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단일 점포 매출 1조를 달성한데 이어 5년간 약 5조2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백화점을 통틀어 ‘5년 누적 매출’이 가장 높은 점포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을 두고 “전 세계에서 가장 (주가가 싼) 백화점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현대백화점 주가는 5월 18일 종가 기준 11만2000원이다.

고환율 장기화로 인해 해외여행에서 사용해온 명품 소비가 국내 백화점으로 유입됐고, 외국인 관광객의 백화점 방문이 늘어나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쇼핑 수요가 동시에 증가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가운데 백화점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점포 중심으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1%다. 업계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에 달한다.

실적은 꾸준히 개선세다. 지난해 매출은 2조4377억원, 영업이익은 39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9.6%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현대백화점이 매출 2조5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5000억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도 뛰었다. 2025년 5월 6만원대 주가는 올해 초 10만원을 넘겼고 5월 15일 12만8000원을 기록했다.
◆ 일단 오게 만들고 즐기게 놔뒀더니…
현대백화점의 매출 전략은 신세계·롯데와 다르다. 신세계 강남점, 롯데 잠실점 등 경쟁사처럼 지역 1등 랜드마크 점포는 없다.

현대백화점의 강점은 소비력 높은 생활권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대거 확보했다는 점이다. 전국 65개 백화점(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AK) 가운데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점포는 판교점(5위), 더현대 서울(7위), 압구정본점(8위), 무역센터점(9위) 등 4개점이다. 판교, 여의도, 삼성동 등에서 젊은 고소득층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현대 대구(19위), 목동점(20위), 현대 중동점(23위) 등 일반 점포도 중위권에 안착했다. 한 개의 특정 점포가 전체 실적을 끌어가는 구조가 아닌 다수의 일반 점포가 고르게 매출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또 점포별 특색이 달라 소비자가 원하는 점포를 고를 수 있다는 것도 현대백화점만의 강점이다. 명품 구매를 원할 경우 압구정본점과 판교점을,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트렌드를 경험하려면 더현대 서울을 찾으면 된다.

특히 오픈 5주년을 맞은 더현대 서울은 설계부터 ‘복합 문화공간’에 초점을 맞춰 탄생한 점포다. 모든 층에서 자연 채광을 받도록 만들었으며 구매가 아닌 체험에 집중했다. 오픈 초기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휴식 공간이었다. 또 수시로 바뀌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층 재방문을 유도했다. 지난 5년간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는 1892건에 달하며 지난해에만 66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더현대 서울은 ‘팝업 맛집’ 수식어를 얻으면서 콘텐츠 품질에 더욱 공들이고 있다. 6월까지 명품(프라다 뷰티), 애니메이션(케이팝 데몬 헌터스), 취향(지구인샵) 등 카테고리를 세분화에 전문성을 갖춘 팝업스토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더현대 서울 5층 중앙에 위치한 실내 녹색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는 추가 소비 가능성을 높였다. 더현대 서울을 찾은 고객이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은 약 37분으로 집계됐다. 패션 브랜드의 평균 체류 시간(4분)의 약 9배에 달한다. 휴식 경험은 추가 소비를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결과 기존 백화점과 달리 쇼핑보다는 체류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여의도 데이트 맛집’, ‘MZ 핫플’ 등의 수식어를 얻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지도가 높아졌고 한국인들의 쇼핑 트렌드를 따라 하려는 외국인들까지 적극 흡수했다. 오픈 이후 2025년까지 182개국의 외국인 고객이 더현대 서울을 방문했다.

더현대 서울의 가장 큰 강점은 목적 없는 방문객의 지갑을 연다는 데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고객의 체류 시간은 점포 방문객 수와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엔터테인먼트·식음료(F&B) 매장을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트래픽(방문객 수)이 돈이 된다”고 분석했다.
◆ 앞으로가 더 무서운 현대백화점
증권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이 1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2023년 4% 수준에서 지난해 6%까지 올랐다. 외국인 소비 증가만으로 기존점 매출은 7~9% 이상 늘어나고 이렇게 될 경우 내수가 부진할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콘텐츠 차별화와 마케팅을 고도화하고 있다. 식당 예약, 모바일 택스 리펀드, 통번역 서비스 등이 가능한 외국인 전용 통합 멤버십 ‘H포인트 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마케팅을 강화했다.

업계 최초로 한국을 경유하는 환승 외국인을 대상으로 더현대 서울을 방문하는 ‘환승투어’를 운영하는 등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맛과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과 손잡고 주요 점포와 주변 관광 인프라를 결합한 ‘투어패스’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수도권 중심의 프리미엄 점포 전략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백화점은 2027년 더현대 부산과 2029년 더현대 광주를 개장한다. 백화점과 아울렛, 쇼핑몰을 합친 게 신규 점포의 특징이다. 회사 측은 ‘더현대 2.0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점포는 각각 경상권과 호남권 소비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오픈할 더현대 부산은 김해국제공항 인근 11만1000㎡(약 3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20만㎡(약 6만 평) 규모로 만들어진다. 울산, 창원 등에서 약 1시간 거리며 대구, 포항 등 경북 지역에서 출발해도 2시간 내로 도착한다. ‘하이브리드형’ 복합몰로 만들어질 경우 광역 소비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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