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한국 경제와 산업에 관해 연구해 온 ‘지한파’인 트로이 스탠개런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은 대미 투자에서 수익 창출이 명확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면서 “잠재 리스크 때문에 시장이 투자하기 어려웠던 기술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핵심광물이 생산되지만, 가공 및 처리 과정에서 생산성이 나오지 않아 폐기된다”면서 “회수율을 높일 수 있는 가공 기술 등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면 이는 향후 안보 측면에서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탠개런 연구원은 미·중 간 갈등 구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분쟁을 겪는 비상사태를 가정했을 때 한미 양국이 중국이나 대만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흔히 한국군 파견 여부 등 군사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고려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는 반도체와 드론 등을 비롯해 미국이 전시에 필요한 물자를 적시 공급하는 것이 한국의 주된 역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제조업 역량 그 자체가 훨씬 중요할 것이라는 뜻이다.
스탠개런 연구원은 대만이 ‘반도체 방패’로 중국을 방어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며, 대만의 반도체 산업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반도체 분야의 기술 자립을 어느 정도 이룬 상황에서는 대만 침공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시에 불능화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생산지역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중국은 보조금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미일과 유럽연합(EU)이 긴밀히 협력해 중국이 그런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 등을 언급하며 “저가형 메모리 칩을 생산할 유인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도록 놔두는 데 따른 위험이 있다”고 했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익이 크지 않은 상품까지 포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 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미중정상회담 후 미국의 대중 관세가 일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관련해서는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중 상당수가 중국을 경유하고 있어 애플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 경쟁 열위에 놓이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기업들이 대미투자를 늘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만약 미국 시장에서까지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면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그만큼 좁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정부가 이를 추진하더라도 대중 매파 성향의 의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