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동남아 휴양지는 비교적 단순했다. 바다와 리조트, 마사지와 관광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리조트들은 숙박시설을 넘어 체류형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투숙객의 하루 동선은 물론 감정의 흐름까지 설계하는 식이다. 베트남 최남단 섬 푸꾸옥은 이런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푸꾸옥의 특징은 어느 상징적 풍경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몰디브처럼 완벽히 고립된 섬도 아니고, 발리처럼 강렬한 문화적 정체성을 앞세운 곳도 아니다. 대신 푸꾸옥은 최근 동남아 럭셔리 휴양이 원하는 요소들을 한 섬 안에 빠르게 집약해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프라이빗 풀빌라와 복합 리조트, 유럽풍 해안 거리와 엔터테인먼트, 야시장과 로컬 식문화, 케이블카와 워터파크가 짧은 동선 안에서 촘촘하게 이어진다. 여행자는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기보다 섬이 제안하는 리듬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푸꾸옥 남부 안토이 지역의 선셋타운(Sunset Town)은 최근 동남아 리조트 개발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심지다. 파스텔톤 건물과 계단식 광장,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해 질 무렵이면 여행자들은 광장 계단과 테라스에 앉아 석양을 바라본다. 밤이 되면 거리 공연과 조명이 켜지고, 바다 위에서는 대규모 불꽃쇼가 펼쳐진다. 밤하늘을 뒤덮는 불꽃을 보고 있으면 두고 온 현실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다. 휴양지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위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하며 여행의 시간은 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화려함과 고요한 휴식은 멀리 있지 않다. 차로 30분 정도만 이동하면 썬그룹의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Premier Village Phu Quoc Resort)이 나타난다. 푸꾸옥 남단 바다 사이에 자리한 리조트로 객실 대부분이 독채형 풀빌라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곳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핵심이다. 인피니티 풀 너머로 해가 천천히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주변에는 파도 소리만 남는다. 분주한 일정과 속도에 익숙했던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순간이다. 리조트는 여행자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권하기보다,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환경을 조용히 제공한다. 코코넛 헌팅, 카약 레이싱마저도 매우 정적인 속도로 진행된다.

푸꾸옥의 호텔들은 이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 푸꾸옥 럭셔리 리조트의 상징이 된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 & 스파’는 단순히 초호화 객실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빌 벤슬리가 설계한 이곳은 ‘가상의 프랑스 대학’이라는 콘셉트 아래 공간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했다. 복도와 로비, 객실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과 설정이 이어진다. 투숙객은 호텔 안을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경험한다.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에서도 이어진다. 선셋타운 중심부에 자리한 이 호텔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을 모티브로 설계됐다. 파스텔톤 외벽과 붉은 기와지붕, 아치형 창문이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며 남유럽 해안 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호텔은 단순히 바다 전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키스 브리지와 해상 공연 ‘키스 오브 더 씨’, 혼똔 케이블카 등 주변 엔터테인먼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숙박과 관광의 경계를 흐린다.
푸꾸옥의 매력은 이런 경험들이 한 섬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데 있다. 낮에는 리조트에서 쉬고, 저녁에는 선셋타운으로 이동해 공연과 야경을 즐긴다. 밤에는 야시장에서 해산물을 맛보고, 다음 날에는 세계 최장급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섬을 건넌다. 해 질 무렵 펼쳐지는 수상 점프 스키 공연 ‘어웨이큰 쇼’, 바다 위 불꽃놀이와 음악을 결합한 ‘심포니 오브 더 씨’ 등 해상 엔터테인먼트 역시 푸꾸옥의 밤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