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위에서 무슨 랜스 암스트롱보다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어이가 없다."22일 오전 서강대교 위 보행자 도로. 이날 서강대교에는 일반 보행자보다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시민이 더 많이 보였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으며 보행자 도로 한가운데를 지나는 등 보행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대교 27개, 철교 4개 등 총 31개의 한강 다리가 있다. 이 중 자전거를 이용해 건널 수 있는 공식적인 다리는 마포대교, 한강대교(구교·신교), 반포대교(잠수교), 잠실철교, 광진교 등 5곳뿐이다.
실제 이날 서강대교 위에도 '자전거 탑승 금지, 안전하게 끌고 가세요'라는 경고문이 10개 넘게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대교 위를 뒤덮은 '자전거족'에 걷고 있던 시민들이 오히려 좁은 보행자 도로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모습이었다.
서강대교를 걷던 시민들은 대교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부 인원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신모 씨(60)는 "서강대교는 분명 보행자 전용도로라고 바닥에 명시돼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와서 '따르릉'하고 울리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또 다른 보행자 이모 씨(60)는 "그나마 서강대교는 옆으로 비켜줄 공간이라도 조금 있지만 양화대교는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양화대교는 폭도 서강대교에 비해 훨씬 좁아서 지난번에 산책하다가 부딪칠 뻔했다"며 "대교 위에선 자전거를 좀 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대교 위 '자전거족'에 대한 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누리꾼은 '쓰레드'를 통해 "성수대교는 사람 두 명도 서로 좀 비켜야 하는 너비인데 무슨 랜스 암스트롱보다 빠르게 올라와 내 팔을 치고 갔다"며 "어이가 없었다"고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그 좁은 곳에서 전속력으로 달리고 심지어 사람을 치고도 그냥 갈 수 있냐"고 성토했다.또 다른 누리꾼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대교 보행자도로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좀 단속하면 안 되냐"며 "보행자도로에 자전거 탑승 금지 표시를 아무리 붙여놔도 타고 다니면서 심지어 보행자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저런 사람들 좀 단속해서 과태료를 부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은 탑승 금지 사실을 알면서도 보행자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마땅히 탈 곳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이날 자전거를 끌고 가다 주위를 살핀 후 슬그머니 다시 탑승한 최모 씨(35)는 "차도로 달리면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자전거 전용 도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강을 건너려면 어쩔 수 없이 보행자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고 항변했다.
고물가 속 교통비를 아끼려는 현실적인 고민도 이들을 보행자 도로로 내몰았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교통비라도 아끼려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는데, 솔직히 자전거를 마음 편히 탈 수 있는 곳이 너무 적다"고 하소연했다.
대중교통의 혼잡함을 피하려는 수요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던 박모 씨(29)는 "혼잡하고 오래 걸리는 대중교통보다 자전거가 훨씬 빠르다 보니 평소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서강대교는 자전거 탑승이 금지라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알고는 있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하고 자리를 떴다.
서울시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량 위 자전거 단속 권한은 경찰청에 있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단속은 사실상 전무하다"라고 말했다.자전거 도로 확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량에 자전거 도로를 놓으려고 지침까지 바꿔가며 여러 번 시도했지만, 대부분 대교의 보도 폭이 1.5m로 너무 좁아 보행자와 충돌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관련 부서들이 반대해 무산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자전거 도로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결국에는 (자전거 도로 확충으로) 자전거 타는 분들의 수요를 위법하지 않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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