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7시50분 서울 수하동 미래에셋증권 센터원 영업점 앞.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의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다. 오전 8시부터 모집을 시작한 '국민참여형 성장펀드(국민성장펀드)'에 가입하려는 방문객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이날 점심 무렵 오프라인 모집액 300억원은 조기 마감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본사 직원들까지 영업점에 출동해 가입 신청 대응에 나섰다"며 "온라인에서도 오전 8시 오픈 후 동시접속자가 39만 명에 달하면서 300억원이 10분 만에 동났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참여성장펀드가 출시 첫날 완판 행진을 펼쳤다.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12개의 국가첨단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한 150조원 규모의 초대형 정책펀드다. 정부는 이 중 3조원을 매년 6000억원씩 5년간 국민 자금으로 모은다. 여기에 국가재정과 자산운용사 자금을 더해 펀드를 조성한다.
이날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청 첫날이었다. 국민성장펀드 판매를 시작한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는 3주에 걸쳐 판매하려던 물량을 하루 만에 소진했다. 펀드 자금 대부분이 코스닥 내 성장기업에 투입될 것이란 기대감에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99% 오른 1161.13에 마감했다.
5대 시중은행이 배정받은 2200억원은 반나절도 안 돼 소진됐다. 오전 9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신한은행은 30분 만에 180억원의 비대면 물량을 완판했고, 이어 1시간 뒤 은행창구에서 270억원의 대면 물량까지 소진됐다. 국민은행(650억원), 우리은행(450억원), 하나은행(450억원), 농협은행(200억원)도 점심 무렵 모집액을 모두 채웠다.
증권사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앱에 접속자가 몰린 것은 물론, 주요 지점에선 영업시간 내내 국민성장펀드 신청자 대응에 매진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보니, 투자자 성향 분석 등을 면밀히 거쳐야 해 전 직원이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KB증권은 이날 온·오프라인 모집액 250억원을 모두 채웠다.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도 접근성이 높은 온라인 물량이 완판됐다.
전체 판매분의 20%로 고정된 서민형 물량(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도 이날 주요 증권사에선 대부분 완판됐다. 애초 정부는 2주간 판매 후 남는 서민 물량을 일반 투자자에게 넘기기로 했는데, 이날 흥행에 힘입어 조기 마감됐다.
5년간 환매가 불가능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1등급 고위험 상품임에도 뛰어난 절세효과로 인기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성장펀드는 투자액에 따라 10~40%(연간 최대 1800만원)까지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5년 이상 만기 보유 시 배당소득에 대해 일반 과세(15.4%)보다 낮은 9~9.9% 수준의 분리과세 혜택도 제공한다.
손실이 나면 일부를 보전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국민이 1000억원, 정부가 200억원, 운용사가 12억원을 투입한 자펀드에서 손실이 나면, 국민 투자금의 20%인 200억원까지 국가 재정과 운용사 자금을 활용해 보전해준다. 다만 손실 규모가 이를 웃돌 경우 투자자가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성장펀드 선착순 물량이 예상보다 빨리 완판되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물량을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 자금을 추가 모집하려면 정부 예산도 함께 투입돼야 해 부처 간 논의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추가 물량 배정에 대해 검토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펀드 가입을 위해 NH농협은행 정부서울청사지점을 찾았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정책금융, 민간자금이 힘을 모아 대규모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만큼 경제 대도약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배태웅/조아라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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