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 시간이 줄었다. 업무 스트레스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면 언노운리얼리티스튜디오의 '샤워하기' 콘텐츠에 접속한다. 잔잔한 샤워기 소리와 함께 화면 속 물줄기를 바라보며 머리를 감는 척 해보는 식이다. 이는 카메라가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웹 콘텐츠로, 바이브 코딩을 통해 제작됐다.
바이브 코딩이 MZ세대의 '놀이'가 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툴이 확산하면서 코딩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간단한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앱)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다. 긴 회의 후 사무실에서 샤워하거나, 담배 타임을 즐기는 등 과거라면 단체 채팅방에서 말장난이나 상상으로 끝났을 아이디어들이 바이브 코딩을 통해 웹사이트 서비스 형태로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바이브 코딩으로 직장인들의 휴식·현실도피 감성을 구현한 '딴짓 콘텐츠'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담타'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담배 이미지를 길게 누르면 실제 흡연처럼 담배 끝이 타들어 간다. 이용자들은 담배 타임을 즐기듯 서로 스몰토크도 나눈다. 온라인 담타는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 28만명을 기록했다.
온라인 담타를 만든 고서진 씨는 현직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고씨는 "AI가 없었다면 사이트를 만들기까지 훨씬 오래 걸렸거나 엄두를 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AI로 직접 만들어 디자이너로서 원하는 감성을 커뮤니케이션 비용 없이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은 물론, 개발자들도 바이브 코딩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놀이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 개발자가 바이브 코딩으로 개발한 웹 악기 사이트 '사운드고(Soundgo)' 역시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카메라가 허공의 손동작을 인식해 전자음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직접 연주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이 하나의 챌린지로 번졌다.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아 관련 영상 조회수는 100만~200만회를 기록했다.
이제는 바이브 코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사용하는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노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MZ들은 직접 커스텀 한 사이트로 기념일을 챙기고, 이를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용돈 ATM 이벤트'는 은행 ATM처럼 생긴 웹사이트에 부모님이 비밀번호를 누르면, 용돈이 쏟아지는 형식의 이벤트다. 바이브 코딩이 대중화되면서 직접 만든 웹사이트로 감정과 이벤트를 표현하는 문화가 늘어나는 셈이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4월 챗GPT, 구글 제미나이, 클로드 각각 월간 사용자 수(MAU) 2345만명, 845만명, 241만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중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앱은 클로드다. 클로드는 자연어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클로드 코드를 제공해 바이브 코딩 확산을 이끈 대표 서비스로 꼽힌다.

AI로 프로그램 제작 속도도 빨라졌다. 정병준 언노운리얼리티스튜디오 대표는 "개발을 시작하면 짧게는 30분, 길어도 3시간 정도면 서비스 형태로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담타 역시 하루 만에 초기 버전 제작이 이뤄졌다.
제작자들은 바이브 코딩으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실험해볼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UI·UX 디자이너인 이소연 씨는 개발 경험 없이 바이브 코딩으로 약봉지 형태의 투두리스트 서비스 '투두메디슨'을 만들어 앱 출시까지 성공했다. 이씨는 "디자이너로서 재밌는 아이디어는 자주 떠올리지만, 실제 작동하는 앱으로 만들기까지 큰 벽이 있었다"며 "바이브 코딩 덕에 그 벽이 많이 낮아졌다. 바이브 코딩 자체를 일단 놀이와 실험에 가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개인 크리에이터가 생겨난 것처럼, 개발 영역에서도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보다 기획자의 감각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게 제작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는 "개발자로 일해왔지만, 콘텐츠, 웹사이트 운영, 서버 개발 과정에서 직접 코드를 작성한 것은 한 줄도 없었다"며 "아이데이션하는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린다. 기술적 장벽이 낮아진 만큼 어떤 생각을 어떤 경험으로 풀어내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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