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기다려야 한다네요. 그냥 다른데 가죠."
점심 세종 관가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국무조정실·공정거래위원회 인근의 세종1번가 상가다. 이곳 1층 정문에 자리 잡은 스타벅스 세종청사점은 공무원들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다. 같은 건물의 낙지비빔밥집 ‘무교동낙지’, 보리굴비 정식으로 유명한 ‘워낭2013’과 함께 공무원들이 가장 자주 찾는 장소다. 점심시간이면 주문 대기 시간이 15분을 넘기는 일이 흔하다.
정부서울청사 맞은 편 스타벅스 적선점과 함께 관가의 대표 카페로 통한다. 각 부처 실장부터 사무관, 부처를 출입하는 기자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이들 매장이 최근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Tank Day)’ 프로모션 논란 이후 관가를 중심으로 ‘손절’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한 공무원은 “스타벅스 세종청사점 주문 대기 시간이 체감상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는 최근 스타벅스 이용 자제령이 사실상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국가보훈부는 탱크데이 논란 이후 최근 2~3년간 자체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활용한 사례를 전수 조사한 뒤 당분간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사실상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했다. 그는 “정부 기관들은 그동안 각종 설문조사·공모전·국민참여 이벤트 등에 커피 교환권 등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해왔다”며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최근 대검찰청에 올해 들어 스타벅스 상품 구매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커피 구매는 제외하고 텀블러·상품권·기프티콘 등 스타벅스 상품 활용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매 움직임은 공무원 노조로도 번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전 지부에 ‘스타벅스 이용 중단’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같은 관가 분위기 변화에 따라 스타벅스 세종청사점과 적선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특정 브랜드를 사실상 ‘퇴출 대상’처럼 취급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애꿎은 협력업체와 현장 근무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전날 전국 매장에 공지한 사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상처를 안겨드린 잘못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파트너들을 향한 비난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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