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로 안전 문제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역 구간은 당장 다음달 개통(서울역~수서역 무정차 운행)이 예정돼 있던 터여서 일정 준수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열차를 운행하면서 보완 공사를 병행하는 방식을 통해 삼성역 구간 개통 일정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안전 우려가 큰 만큼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 지하 5층 GTX 승강장 구역이다. 지하 공간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인 기둥 80개 가운데 50개에서 주철근이 절반만 시공됐다. 설계도에는 기둥 내부에 철근을 두 가닥씩 묶어 배치하는 방식(2-bundle)으로 표기돼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철근을 두 가닥씩 배치하는 다른 구간에서는 설계도상 기둥 자리에 점이 두 개씩 표시돼 있는 데 비해 문제가 된 구간에서는 점이 한 개씩만 표시돼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누락된 철근은 2570개, 178t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검증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철근 배근이 끝나면 콘크리트를 붓기 전 시공사 자체 점검과 감리 업체의 승인은 필수다. 철근 수천 개가 남아 있었는데도 감리 업체는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합격 판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 타설 전 감리 과정에서 철근 누락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관리와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발주처이자 관리 감독 주체인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작년 10월 자체 점검 중 시공 오류를 발견하고 그해 11월 10일 서울시에 최초 보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위탁 기관인 국가철도공단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5개월여가 지난 올해 4월 29일에야 정식으로 현황을 보고했다. 그 사이 12차례나 현장 회의와 합동 점검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치명적 결함을 공식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방대한 보고서를 면밀히 살피지 못한 국토부와 철도공단 역시 관리 소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토부와 행정안전부에 “엄정한 실태 파악과 철저한 안전 점검을 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운행과 보강 공사 병행이 가능한지를 기둥 전수조사 등 객관적 검증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증 결과에 따라 추가 보강이나 공사 변경이 필요하면 공사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검증 과정에서 철근 누락 외에 다른 부실 공사 사례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역 무정차 통과는 물론, 2028년으로 계획된 복합환승센터 완전 개통 일정까지 연쇄적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책임 소재를 묻는 행정 처분과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도면을 잘못 읽은 현대건설과 부실 감리를 한 업체에 대한 벌점 부과 절차에 들어갔다. 벌점이 누적되면 공공 공사 참여에 제한을 받는다.
국토부와 행정안전부의 합동 점검과 감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안전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검증된 방법으로 철저하게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이유정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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