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당산동에서 식음료(F&B) 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의 책상엔 노트북 세 대가 동시에 켜져 있다. 챗GPT, 제미나이, 젠스파크 등 세 종류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각기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중이다. 새로 연 매장의 인테리어 시안도 AI가 만들었다. 이전엔 3차원(3D) 모델링 시안 세 장을 외주에 맡기는 데 100만원이 들었지만, 지금은 월 구독료 10만원이면 된다. 경영 전략 수립부터 콘텐츠 기획, 디자인, 시장 조사까지 두 명의 팀장과 함께 처리한다. A 대표는 “이제는 AI에 어떻게 일을 시킬지 설계하는 게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이른바 ‘AI 에이전트 모멘트’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케터, 자영업자, 게임 개발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AI를 동료처럼 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는 직원을 줄인 자리에 AI 에이전트를 투입하고, 그렇게 확보한 자금을 다시 AI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월 20만~30만원짜리 AI 에이전트 계정 하나가 연봉 5000만원 직원을 대체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 비율은 2023년 55%에서 지난해 78%로 뛰었다.
포스코DX는 지난 2월부터 AI를 인적 자원처럼 관리하고 있다. 성과가 좋은 에이전트엔 더 큰 권한을 주고, 미흡하면 재교육하거나 다른 업무로 전환한다. 현재 운영 및 개발 중인 에이전트는 110개. 재무팀은 AI 도입만으로 업무량의 80%를 덜어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0월 생성형 AI 상담 시스템으로 10단계 절차를 4단계로 줄여 전체 응대 시간을 60% 단축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상담원 5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AI를 활용한 상담원은 시간당 14% 더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저숙련 상담원의 개선 폭은 34%에 달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10명이 하던 일을 2~3명이 할 수 있게 됐다”며 “인력 규모보다 AI 활용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자영업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창천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1000만원이 드는 외주 대신 ‘클로드 코드’로 웹 주문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다. 부산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챗GPT·클로드를 자동화 도구 ‘메이크’에 연동해 배달 주문과 판매시점관리(POS) 매출을 매일 자동 리포트로 받아본다. 카카오 채널 단순 문의도 클로드가 1차 응대하면서 하루 20~30건의 반복 문의 중 사람이 손대는 비중이 10% 이하로 줄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AI 덕분에 한 사람이 수십억 달러 규모 기업을 만드는 ‘1인 유니콘’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했다.
이는 컴퓨팅 비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에포크AI에 따르면 2023년 3월 GPT-4의 토큰 100만 개 가격은 37.5달러였지만 이듬해 7월 비슷한 성능의 메타 라마3.1-인스트럭션 8B는 0.1달러로 375분의 1 수준이 됐다. 빅테크는 감원으로 확보한 자금을 다시 AI 인프라에 쏟는다. 메타는 올해 설비 투자에 3년 전의 5배인 1250억~1450억달러를 쓰고, 오라클은 오픈AI와 5000억달러 규모 ‘스타게이트’를 추진한다. 미국 4대 빅테크가 올해 AI 인프라에 예고한 투자액만 7000억달러(약 1038조원)에 달한다.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업자는 “공장 노동자, 소매업 종사자, 회계사 등 모든 직종의 노동 가치가 0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