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공공임대 대부분이 '분양 조건부'…진짜 임대 30%까지 늘려야"

입력 2026-05-25 18:26   수정 2026-05-25 18:27


“우리나라에서 공공임대는 5년이나 10년 뒤 분양을 전제로 한 ‘분양 조건부 주택’일 뿐입니다. 헌법이 명시한 주거권 보장을 위해 전체 주택의 30%는 순수 영구임대주택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주택시장을 소유 주택 70%, 임대 주택 30%의 이원 구조로 개편해야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임대주택 산업의 개척자로 40여 년간 전국에 30만 가구를 공급했다. 이 중 23만 가구가 임대주택이다. 대한노인회를 이끄는 이 회장은 저출생·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책 마련에도 관심이 많다. 직원에게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집값과 관련해서는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수요가 있다면 그만큼 공급을 늘려줘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임대주택 산업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듣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공급한 30만 가구 중 23만 가구가 임대주택입니다. 민간 업체 중 최대죠. 그래도 갈 길이 멉니다. 지금의 임대주택은 사실상 분양 조건부 주택입니다. 일정 기간 살다가 집을 사든지 비우든지 하라는 구조죠.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서민을 위한 진짜 임대주택이 아닙니다. 전국 주택 2000만 가구 중 60%가 자가 주택이고, 40%가 임차 주택입니다. 진짜 순수 임대주택은 전체의 1% 수준인 20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해법은 뭔가요.

“‘70 대 30’ 구조로 바꾸는 겁니다. 전체 주택의 30%인 600만 가구는 국가가 조세를 면제해주는 순수 영구임대주택으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헌법 35조에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나와 있지 않습니까. 국가가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국민이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 세금 감면이 왜 필요한가요.

“현재 건설임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이하면 취득세를 50% 감면해 줍니다.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양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신 임대주택을 영구히 운영할 때 세금 혜택을 주는 거죠. 이렇게 되면 다양한 민간 기업이 참여하고, 임대주택 품질도 높아질 겁니다. 세금은 결국 임대료에 전가돼 세입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공급이 제일 바람직한 해결책입니다. 서울 집값이 한없이 올라갈 순 없습니다. 너무 비싸지면 살 사람이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외곽(지방)으로 가는 사람도 생길 겁니다. 다만 수요가 많을 때는 공급도 필요합니다.”

▷부영도 공급을 늘립니까.

“서울 몇 개 부지에 주택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미 용산구 한강로3가 아세아아파트 부지와 성수동 뚝섬지구 부지는 착공했고, 금천구 대한전선공장 부지도 곧 공사를 시작할 겁니다. 뚝섬에는 아파트와 함께 호텔도 지어 외국인 수요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서울 시청 주변에도 땅이 있습니다.

“장기 거주자를 위한 레지던스 공급을 고려 중입니다. 글로벌 기업 종사자가 1~2년씩 도심에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적당한 주택이 없습니다. 세금 등을 고려할 때 집을 살 수도 없고, 호텔에서 몇 년간 지내기에는 불편하죠. 중심지에 레지던스를 제공하면 외교관이나 해외 비즈니스 인력을 유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시니어 주택에 관심이 많으신데요.

“서울에 ‘시니어 전용 주택’을 짓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75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1000만 명인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이면 2000만 명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들을 위한 주거 대책이 시급합니다.”

▷노인 기준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현재는 65세 이상이 노인이지만 이 기준을 75세로 높여야 합니다. 1년에 한 살씩 10년에 걸쳐 올리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2050년께 총인구 5000만 명 중 노인 인구가 2000만 명에 도달할 겁니다. 미성년자 1000만 명을 뺀 생산가능인구가 2000만 명 정도일 텐데, 노인층 부양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기준 연령을 상향해 노인 인구를 1200만 명 수준으로 낮추고 생산가능인구를 2800만 명으로 늘려야 국가가 존립할 수 있습니다.”

▷‘재가임종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데요.

“많은 노인이 요양소가 아니라 집에서 가족과 손잡고 마지막을 맞이하길 원합니다. 이를 위해 일본 사례처럼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간호 인력을 양성해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캄보디아에 간호학교를 개교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쳐서 국내 요양사 자격을 따게 하면 노인을 돌보는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른다운 노인’이란 무엇입니까.

“지하철 같은 곳에서 ‘내가 어른인데’ 하고 큰소리치지 않는 것입니다. 임산부나 힘든 학생이 앉아 있을 때 비키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참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진짜 어른입니다.”

▷유엔데이 공휴일 재지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요.

“6·25 전쟁 당시 참전한 유엔군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전투 지원 16개국과 의료 6개국, 물자지원 38개국 등 총 60개국 유엔의 도움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낯선 땅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방예의지국으로 국가 간 고마움을 표현하고 후세에 시대정신을 물려주기 위해 공휴일 지정이 꼭 필요합니다.”

▷어떤 효과가 생길까요.

“단순히 하루 쉬는 날이 아닙니다. 전쟁 당시 도움을 준 60개국과 외교적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자 품격 있는 외교입니다. 이미 국민 42만 명이 서명으로 동참했습니다.”

▷유엔이 문화에 미친 영향도 컸습니다.

“K컬처라고 불리는 한국의 문화는 우리끼리 연구해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닙니다. 6·25 전쟁 당시 전투 및 의료 지원을 위해 대한민국에 들어온 22개국의 문화가 한꺼번에 도입돼 탄생한 것입니다. 당시 초콜릿, 껌 같은 새로운 문물이 들어왔고, 하우스보이나 카투사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면서 문화와 습관이 합쳐지기 시작했죠. 이것이 바로 K컬처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브랜드는 계속 사용하나요.

“‘사랑으로’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단지 계약자가 이름을 바꾸자고 요구해 동의한 적은 있지만 전사적으로 브랜드를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사랑으로라는 심벌은 부영의 정체성이자 강력한 자산입니다. 다만 영업 부서에서 특수 지역의 마케팅상 고려가 필요하다고 건의한다면 검토는 해보라고 할 생각입니다.”

■ 이중근 회장은…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법학 박사
△1992년 학교법인 우정학원 이사장
△1994년 부영그룹 회장
△1999년 건국대 제20대 이사장
△2017년 제17대 대한노인회 회장
△2024년 제19대 대한노인회 회장
△2025년 현재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회장
△2026년 현재 제13대 유엔한국협회 회장


정리=강영연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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