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 설계 도면을 경쟁사로 유출한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업계 2위인 대한전선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첩보 입수 후 약 3년 만에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천문학적인 규모의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원 A씨와 실무자 등 4명,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설비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3명과 이들 3개 법인을 수사해 수원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대한전선 임직원들은 지난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충남 당진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운종합건축사무소를 통해 LS전선의 핵심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하고 이를 자사 공장 설계에 반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운종합건축사무소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LS전선의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1~4동) 설계를 전담했던 업체다.
LS전선과 엄격한 비밀유지약정(NDA)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경쟁사인 대한전선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내부 설계 자료를 무단 제공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km)에 달하는 케이블을 중간 접속 없이 한 번에 생산해야 하므로, 무게가 수천 톤에 달한다.
이 때문에 고중량 케이블을 이동·보관하고 생산하는 공장 레이아웃과 설비 설계 자체가 핵심 기술이자 보안 사항으로 꼽힌다. LS전선은 지난 2007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한 바 있다.
그간 양사는 수사 과정마다 격렬한 진실공방을 벌여왔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이 먼저 건축사무소에 접근해 당사 계약 금액의 2배가 넘는 대가를 제시하며 설계를 요청했다"며 "이번 기술 유출로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한전선 측은 "가운건축은 공장의 단순 공간을 설계하는 업체일 뿐, 핵심 해저케이블 설비는 전문업체를 통해 자체 제작·설치했다"며 "문제가 된 정보는 법적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가운종합건축사무소 등 관계자들 역시 관련 정보의 영업비밀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오랜 수사 끝에 대한전선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림에 따라, 사건의 공은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최종 인정될 경우, 양사 간의 천문학적인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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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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