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오후 3시 서울 낙원동 낙원악기상가 2층. 빨간 조명 아래 빠른 비트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정장을 갖춰 입은 바텐더들은 얼음을 깨며 버번위스키 기반 칵테일을 만들었다. 젊은 관람객은 잔을 들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DJ 공연이 이어졌고 굿즈 부스 앞에는 30m 길이의 줄이 늘어섰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 규모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작지만 성수동과 압구정, 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은 글로벌 브랜드의 실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곳은 미국의 버번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다. 브랜드가 내세워온 장인의 핸드메이드 철학을 한국식 메시지인 ‘독주(獨走·자신만의 길을 간다)’로 재해석했다. 이를 뮤지션 공연, DJ 퍼포먼스, 플리마켓과 결합해 단순 시음 행사에서 문화 행사로 확장했다.
업계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SNS를 통해 확산하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특정 팝업이나 제품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면 글로벌 본사가 이를 마케팅 우수 사례로 평가하고 다른 시장에 적용한다.
메이커스 마크도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국내 유통사인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 코리아에 따르면 메이커스 마크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2020년 대비 약 8.5배 증가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행수입과 리셀 시장에서 먼저 인기를 확인한 뒤 공식 진출에 나선 사례도 있다.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은 국내 매장이 없던 시절부터 직구와 리셀 시장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첫 매장을 열자 오픈런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은 슈프림의 전 세계 7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진출국이다.
김홍배 메이커스 마크 마케팅 담당자는 “한국은 위스키와 음악 콘텐츠를 결합한 브랜드 경험에 대한 반응이 빠른 시장”이라며 “앞으로도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행사를 열겠다”고 말했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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