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신분증 내고 사전투표…"외모 닮아서" 허술한 검증 논란

입력 2026-05-31 14:56   수정 2026-05-31 15:04


대구의 사전투표소에서 사촌의 신분증을 제시했는데도 그대로 투표가 진행돼 당사자가 투표권을 제때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조치로 당사자가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투표의 본인 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9일 오전 A씨는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사촌 B씨의 신분증을 낸 뒤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투표했다.

거동이 불편한 B씨는 요양보호사와 A씨와 함께 해당 투표소를 찾았다. B씨의 신분증을 갖고 있던 A씨는 먼저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B씨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투표했고, 10여분 뒤 B씨가 투표소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산에는 B씨가 이미 투표한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 결국 B씨는 당일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현장 확인 과정에서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외모가 비슷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소가 유사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B씨가 보행 보조기구를 끌고 다닐 정도로 거동이 어려워 A씨가 신분증을 챙기고 있었고, 먼저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와 B씨 생김새가 많이 닮았고 주소도 비슷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투표소 지문 인식 절차의 한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 전 신분증 확인과 지문 인식이 이뤄진다. 다만 지문 인식은 주민등록시스템과 연동해 본인 여부를 판별하는 절차가 아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참여 전 신분증 확인과 지문 인식을 하지만 주민등록시스템과 연동돼 본인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문 인식은 투표 참여 기록을 남기기 위한 용도"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후 행정 처리를 통해 B씨의 투표권을 보장했다. B씨는 다음 날 사전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됐다.

A씨에 대해서는 추가 투표를 막는 조치가 이뤄졌다. A씨는 이미 투표를 마친 상태다. 선관위는 A씨가 다른 사전투표소나 본선거에서 다시 투표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상 조치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B씨는 투표권이 있는데도 행사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곧바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A씨는 이미 투표했기 때문에 추가 투표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상 조치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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