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에서 인공지능(AI) 랠리의 불길이 시스템통합(SI)회사로 옮겨붙었다. AI 광풍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산업 현장과 피지컬 AI로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SI회사도 그룹사들의 산업현장 데이터를 무기로 피지컬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피지컬AI의 핵심 플레이어
삼성SDS·현대오토에버·LG CNS 등 국내 SI 3사의 몸값은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었다. 4월 30일 12조9000억원이던 삼성SDS 시가총액은 5월 29일 23조1000억원으로 79% 뛰었으며, LG CNS도 6조3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75% 커졌다. 특히 현대오토에버는 같은 기간 12조4000억원에서 25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 국내 SI회사 중 시총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이 강한 피지컬 AI에서 SI회사들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공장에서 생산성과 안전성을 끌어올릴 피지컬 AI의 하드웨어는 LG전자 현대모비스 등 제조사가 담당하겠지만, 두뇌에 들어갈 데이터는 SI회사 몫으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피지컬 AI라도 자동차, 식품, 제철, 가전, 화학, 정유 등 공장마다 작업 환경과 위험도를 담은 데이터가 다르다”며 “두뇌 역할을 할 반도체가 있더라도 누군가는 데이터를 넣어줘야 하는데, 오랜 기간 대기업의 기간계 시스템과 제조·물류 자동화 프로젝트를 도맡아 온 곳이 SI회사”라고 했다.
국내 SI 기업들은 그동안 ‘대기업 전산실’로 불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지위가 피지컬 AI 시대엔 강점으로 작용한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을 필두로 한 삼성 계열사, LG CNS는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계열사 생산 현장 데이터를 갖고 있거나 조달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제조할 아틀라스와 스팟 등에 당장 데이터를 넣을 수 있으며, 포스코DX 뒤에는 조강 생산능력 세계 1위 규모인 광양제철소가 있다.
◇피지컬 AI의 ‘현장 실행자’
실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 CNS는 지난 7일 로봇 학습부터 통합 제어까지 아우르는 로봇전환(RX)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자동 생성하고 인간 영상까지 데이터화해 로봇 현장 투입 기간을 수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한다. 현재 전자·배터리·물류·조선 등 20여 개 고객사와 개념검증(PoC)을 하고 있다.포스코DX는 실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 지난해 12월 미국 산업용 휴머노이드 기업 페르소나AI에 200만달러를 투자했고, 올 2월부터 코일 물류 공정 실증에 들어갔다. 지난 29일에는 NC AI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시각·언어·행동을 통합한 범용 로봇 AI 모델 개발에 들어갔다.
삼성SDS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AI 자율공장’ 전환을 선언하면서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2031년까지 집행할 10조원 투자 가운데 제조 자동화와 피지컬 AI가 신사업 핵심 투자처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50조원 규모 AI·로봇 등 미래 신사업 투자 계획과 맞물려 로보틱스 핵심 수혜주로 떠올랐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설계, 현대차가 하드웨어·AI 학습, 현대모비스가 부품, 현대오토에버가 SI와 관제를 맡는 분업 구조가 짜였다.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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