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헤어져도 부모로 남는다…이혼 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 [김앤장 가사상속·기업승계 리포트]

입력 2026-06-02 07:00   수정 2026-06-0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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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이혼재판을 하면서, 수많은 이별 커플을 만났다. 자주 거론되는 이혼 사유로는 ‘상대가 바람 피운다’, ‘날 때린다’, ‘밥을 안차려준다’, ‘우리 엄마한테 못 한다’ 등이 있다.

문제는 ‘우리 엄마한테 못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어머니가 반찬 해다 주시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 어머니 생신인데 전화도 안 하더라’, ‘명절이라고 고향에 가면 하루도 안 자고 오려고 한다’.

듣고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참아야 하는데 또 못 참고 묻는다. 그러는 본인은 배우자 부모에게 자주 가고 안부 전화도 드리나요? 대부분 묵묵부답.
명절에 ‘양가에 갈지’부터 상의해야


후배가 묻는 것에 잘 대답해주면 선배고, 안 물어봤는데 먼저 알려주면 꼰대라는데. 결혼한다고 인사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말이 많아진다. 명절에 ‘내 부모에게 먼저 갈지, 배우자 부모에게 먼저 갈지’를 정하기 전에, 명절에 ‘양가에 갈지’부터 상의해야 한다.

결혼 전에는 부모에게 전화 한통 안 했으면서, 결혼하고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에게 안부 전화 안 한다고 삐치는 건 뭔가. 배우자가 본인의 부모에게 해주기를 기대하고 원하는 것만큼, 본인이 몸소 배우자의 부모에게 먼저 실천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한 후배에게 시댁과의 결혼생활을 다루는 한 예능 프로그램 내용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했더니, 도저히 믿질 못한다.

수 십년의 세월을 다르게 살았던 성인들이 함께 사는 것이니, 서로 배려해야 할 것도, 적응할 것도 많다. 그만큼 결혼 후 갈등도 많고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장 위험한 뇌관은 시댁과의 관계인 듯하다.

양가 부모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혼 전에 진지하게 이야기 나눠보라고 후배들에게 권한다. 서로의 수입이, 성격이, 가치관이 어떤지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서로가 기대하는 수준을 알게 된다면 파국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오해의 시작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며, 이혼을 다시 생각해보길 설득하던 ‘사랑과 전쟁’과 달리, 이혼재판을 하면서 대부분 이혼을 시켜 드렸다. 이혼 소장을 제출하고 판사 앞에 온 당사들, 특히 원고들은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이혼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 분들은 판사 앞에 올 때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싸우고 혼자 참다가, 부모에게 하소연하면 다 그러고 산다고 그냥 참고 살라고 말리고, 친구한테 못 살겠다고 하면 친구가 말리고, 부부상담 받으면 상담사가 말리고, 이혼 소장 내러 가다가 애가 눈에 밟혀 결국 못 내고. 그렇게 참고 살다가 속이 문드러져 판사 앞에 온 것이다.

그런 분들 앞에서 ‘한번 더 참아보시라’는 말은 감히 하지 못했다. 대신, ‘이혼을 잘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했다.
가장 상처받는 사람은 아이들


자녀가 없다면 이혼에 큰 문제가 따르지 않는다. 사는 동안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줬지만, 이혼이 확정되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면 된다.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인데, 이혼 건수는 10만2000건이었다. 이혼율이 높아진 만큼 이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돌싱’, ‘재혼’이 숨길 일도 아니게 됐다.

문제는 미성년 자녀이다. 이혼을 하게 되면 ‘부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부모’로 남게 된다. 면접교섭 때문에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고, 양육비 문제라도 생기면 지옥같았던 결혼 생활의 악몽이 계속되는 것이다.

부모 사이가 좋지 못한 집에서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부모들의 스트레스와 나쁜 기운은 집안의 약자인 아이들에게 골짜기처럼 모여든다. 때로는 ‘애들 때문에 이혼 못 한다’는 당사자에게 ‘그렇게 사는 게 과연 애들에게 좋겠느냐’고 묻곤 했다.

이혼 과정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부모가 이혼한 아이들은 ‘나 때문에 부모가 이혼했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에 법률교육을 가면 꼭 이혼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 30명 중 10명 정도는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한다. 이혼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너희들이 사귀던 이성친구와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지는 것처럼, 성인인 부모들도 잘 안 맞아서 이혼하는 것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고개를 드는 아이들이 생긴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난 어른들이 너무 많다. ‘니들 버리고 간 네 부모는 나쁜 사람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할머니들이 너무 많다. 면접교섭하는 걸 싫어하는 할머니 눈치를 보느라, 이혼한 한 쪽 부모가 준 선물을 집 앞 소화전에 숨기고 들어가기도 한다.

부모가 서로에게 미운 감정이 남아 있으면, 조부모들도 그럴 수밖에. 그래서 이혼을 잘해야 한다. 용서할 수는 없더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 당시 상대방의 감정을 들어보고 이해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좋은 부모로 함께할 수 있다.

이혼을 잘 해보자고 설득했던 그 많은 집들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불행했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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