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것' 줄이면 수소생산도 타격"…비상 걸린 두산·SK

입력 2026-06-04 11:46   수정 2026-06-08 10:56

이 기사는 6월 4일 한국경제신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연료전지 산업의 핵심 지원책이던 입찰 시장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 입찰 물량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줄인 뒤 시장을 종료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이는 글로벌 수소 시장의 흐름과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수소 경제의 핵심 설비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이 수소연료전지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발전·산업 분야까지 수소 활용 범위를 넓히며 수요 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단계적으로 축소 행정예고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일반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를 사실상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PS는 2023년 도입됐다. 한국전력 등을 의무구매자로 지정해 연간 약 13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수소발전 전력을 구매하도록 한 제도다. 연료전지 발전사업자의 판로를 보장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1300GWh는 설비 이용률 85%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연료전지 설비용량 약 175메가와트(MW)에 해당한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신규 물량을 각각 100MW대 수준으로 줄이고, 2028년에는 100MW 미만으로 축소하는 등 향후 3년간 총 300MW 규모만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향후 3년간 최소 물량만 공급한 뒤 연료전지 중심의 일반수소발전시장을 종료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이르면 다음 주 행정예고한 뒤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하반기 중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반수소발전시장을 청정수소발전시장(CHPS)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HPS는 천연가스 개질수소 등 현재 주로 사용되는 일반수소가 아니라,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인 청정수소를 활용한 발전을 지원하는 제도다. HPS가 연료전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CHPS는 탄소 감축과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가 일반수소발전 시장 축소에 나선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우선 현재 발전용 연료전지의 상당수가 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생산한 '그레이수소'를 사용하고 있어 탄소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반수소 대신 청정수소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발전 부문에서 산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등 대규모 수소 수요가 예상되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업계는 발전 부문 축소가 오히려 수소 생태계 조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산업용 수요만으로는 수소의 생산과 저장·운송·활용을 아우르는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고, 발전과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성장해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청정수소 생산과 유통 인프라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과도기 시장인 일반수소발전까지 급격히 축소할 경우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연료전지는 투입 수소를 '그레이'에서 '청정'으로 바꿀 수 있다"며 "청정수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까지는 일반수소 시장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퓨얼셀의 인산형연료전지(PAFC)는 천연가스 개질기를 떼면 바로 청정수소를 투입할 수 있다.

국내 연료전지 기업들은 정부의 입찰시장 제도를 기반으로 성장을 도모했다. 실제로 일반수소발전입찰시장 개설 당시 업계에서는 연료전지 시장을 두산과 SK가 양분하고 있으며, 입찰 확대가 양사의 먹거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랐다. 현재 국내 연료전지 설비는 약 1289MW로 전체 발전설비(157GW)의 0.8%,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3.3% 수준이다.
수전해 기술에 필수인데 어쩌나
특히 정부가 강조하는 수소 생산을 위해선 연료전지 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연료전지(FC)와 수전해(EC)는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느냐,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원리가 유사해 핵심 기술과 부품, 인력 기반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위축되면 장기적으로는 수소 생산에 활용되는 수전해 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연료전지 사업을 기반으로 수전해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PAFC를 주력으로 발전 사업을 키워왔으며, 최근에는 연료전지와 수전해를 결합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블룸에너지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바탕으로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수소차 넥쏘에 적용되는 PEM(고분자전해질막) 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최근 새만금에서 수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축소가 단순히 발전설비 수요 감소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수전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대형 가스발전소는 건설에 수년이 소요되지만 연료전지 발전소는 6개월 가량이면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과거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서 원전 수출을 독려했을 때도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것이 모순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연료전지 산업도 비슷한 고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퓨얼셀은 최근 주력인 PAFC에 이어 SOFC 개발에도 성공하며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실증과 운영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정수소 공급망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수소 시장까지 급격히 축소할 경우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수십 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국내 연료전지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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