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치·오징어잡이 어선이 항구에 멈춰섰다. 기름값이 올라 조업을 나가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닷물도 뜨거워져 오징어를 잡으려면 먼 바다로 나가야 해 적자는 더 커진다. 정부는 어민의 유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세유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유가에 멈춰선 어선
1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멸치 어획량은 214t으로 전년 동기(1395t) 대비 85% 줄었다. 지난달 17~23일 부산 기장에서 출어한 멸치잡이 어선은 네 척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분의 1 수준이다.고유가로 조업을 포기한 어민이 늘어난 영향이다. 어민은 시중가보다 저렴한 어업용 면세유를 쓰고 있지만, 중동사태로 어업용 면세유 가격도 치솟았다. 3월 수협중앙회가 공급하는 면세유 가격은 드럼(200L)당 17만5940원이었다. 중동전쟁 여파가 반영된 4월 면세유 공급가는 27만6180원으로 한 달 만에 57% 급등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도입되며 5~6월 면세유 공급가는 동결됐지만, 여전히 평소보다 50% 이상 높다.
부산 기장에서 25년째 멸치잡이 배를 운영 중인 유모씨는 “원래 4~5월이면 멸치가 많이 잡히고 맛도 좋아 성수기로 꼽히는데 올해는 아예 씨가 말랐다”며 “기름값 부담 때문에 차라리 출항하지 않는 게 돈 버는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고수온에 자취 감춘 오징어
오징어 어업도 위기를 맞았다. 고유가에 고수온까지 겹악재로 작용했다. 기후변화로 오징어 서식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5월 19~25일 동해 연안의 수온은 15.8~16.9도로 평년보다 0.9~1.6도 높았다. 동해 북부 해역은 찬물이고 남부 해역은 따뜻한 물인데, 오징어 어장은 이 경계에서 주로 형성된다. 기후변화로 이 경계가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나마 남은 오징어도 차가운 물을 찾아 깊은 바다로 이동해 집어등 불빛으로 유인하기 어려워졌다.중국 어선이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것도 문제다. 중국은 2004년 북한 수역 조업권을 따낸 후 동해에서 오징어를 쓸어 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오징어를 경쟁적으로 잡아들이며 오징어 자원이 크게 줄었다”며 “수온이 올라 어장도 북상하면서 우리나라와 가까운 바다에서 오징어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5월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77t에서 올해 11t으로 85% 급감했다. 지난달 오징어 근해 채낚기 조업에 나선 배는 98척으로 전년(201척)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부·수협, 보조금 확대
정부는 어민의 유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한도를 상향할 방침이다. 어업용 경유의 보조금 지급 한도는 기존 L당 138.4원에서 176.2원으로 37.8원 올랐다. 유가연동보조금은 9월까지 한시 지급할 예정이다.수협중앙회도 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100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먼저 40억원을 들여 면세유를 공급받은 어업인에게 인당 1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60억원은 유류비 보조금으로 사용한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사업을 상설화해 9월 이후 성어기에도 어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영기/부산=민건태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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