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잘나가던 '스타 테크주'…AI 열풍 타고 부활

입력 2026-06-01 17:48   수정 2026-06-02 00:10

1990년대 미국 대표 테크주이자 정보기술(IT) 버블의 상징이던 종목들이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화려하게 귀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해당 기업은 델테크놀로지스, 노키아, 레노버, 마이크론,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시스코시스템스 등 7곳이다.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올 들어 158%에 달했고, 시가총액 합계는 1조7000억달러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인텔과 델,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포 호스맨(four horsemen)’이라고 불리며 1990년대 나스닥시장을 주름잡았다. 현재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묶이는 대형 테크주 7개 종목(엔비디아 애플 MS 메타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과 비슷한 의미다.

‘꺼져 가는 거품’에서 AI 장비 대장주로 거듭난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델이다. 델은 1990년대 후반 3년 연속 200% 넘게 상승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닷컴 버블 붕괴 후 2013년 상장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다가 2018년 재상장했다. 델 주가는 지난달 29일 33% 급등하며 AI 서버 기업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했다.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뒤 오랫동안 노트북 브랜드로만 각인됐다. 하지만 이제 레노버의 전체 매출 중 약 40%가 AI 제품·서비스 부문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홍콩 증시에서 5월 한 달 동안 주가가 105% 급등했다.

휴대폰 브랜드 ‘블랙베리’로 잘 알려진 핀란드 노키아는 2014년 휴대폰 사업을 MS에 매각하며 구조 개편에 나섰다. 당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통신 네트워크 장비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광통신 기업 인피네라를 인수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주력 사업을 개편해 AI 붐에 올라탔다.

인텔과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비인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로 되살아났다. 과거 단순 학습에만 머무르던 AI가 연산과 추론 기능이 중심인 에이전틱 AI로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에 사용할 메모리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은 엔비디아에서 50억달러를 투자받고, 엔비디아와 AI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파트너십을 맺었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추진하는 대규모 칩 생산 설비인 ‘테라팹’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이달 초엔 애플의 자체 설계 칩 중 일부를 생산하기로 예비 합의했다.

얀 타우 분 누버거버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약 6개월 전부터 AI 인프라 구축 범위가 과거보다 훨씬 확대됐다”며 “수년간 침체돼 있던 하드웨어 분야에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짚었다.

그는 “예전엔 지루하고 촌스러운 부문으로 여겨진 장비가 AI 기술 구현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CPU부터 네트워크 장비, 저장장치, 메모리 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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