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사랑한다”는 아티스트는 많다. 하지만 로자코비치에게 음악은 감정을 투사하는 대상이 아니다. 삶의 일부이자 감정 자체를 인식하게 하는 수단이다.
“전 음악에 깊이를 주겠다고 특별한 노력을 하진 않습니다. 그저 삶 속의 질문들을 접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을 뿐이죠. 꿈꾸다가 만나게 되는 새로운 신비로움이나 삶의 기쁨, 고통, 사랑이 의도적으로 얻어지는 건 아니듯이요. 이러한 감정은 별개가 아닙니다. 이 모두가 소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음악 스승이 됩니다.”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제 사명이죠”
로자코비치는 오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러시아 출신 지휘자인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꾸린 악단인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해마다 미국, 프랑스, 한국 등 장소를 바꿔가며 열린 음악제인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로자코비치는 지난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내한 공연과 2024년 리사이틀로도 한국 관객들을 만난 적 있다.

이번 협연 곡은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한국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다. “이 곡은 아직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 곡에 대한 열정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죠.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마도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 중 영적인 세계가 가장 깊은 작품일 겁니다. 이 레퍼토리가 핵심 바이올린 협주곡이 되도록 하는 걸 제 사명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예요.”
공연 지휘자인 플레트네프는 이 협주곡을 새로 편곡했다. 로자코비치에 따르면 “아주 다른 접근”을 했다고. “이 곡은 슈만이 정신적 힘을 마지막으로 쥐어짜던 시기에 만든 작품이라 어떤 면에선 오케스트레이션(악기의 음향 구성)이 과도해졌을 수도 있어요. 물론 전 원래 버전도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플레트네프 같은 음악가가 자신만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드는 건 그 자체로 존경할 만한 일이자 기대되는 작업이에요. 우린 이 협주곡에 대해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어요!”

“힘든 시기에 구원이 된 곡들 앨범으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에선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와 같은 대가들이 로자코비치와 호흡을 맞춘다. 메르시에는 명품 그룹 LVMH 회장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로자코비치에겐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음악 동료다. “저와 엘렌(메르시에)을 이어준 건 둘 다 영적인 세계를 믿는다는 점이었어요. 엘렌은 신앙심이 있고 영혼의 호기심을 지닌 사람입니다. 저희에겐 음악 너머 깊은 신뢰와 이해를 만들어주는 우정이 있어요.”
로자코비치와 메르시에는 지난 3월 앨범 <로스트 투 더 월드>도 함께 냈다. 이름은 말러의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에서 따왔다. 로자코비치는 이 가곡을 직접 편곡해 바이올린 버전으로 편곡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독감이 있으면서 한편으론 아주 강렬한 희망도 느껴지는 작품”이라며 “힘든 시기에 저를 구원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음악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 로자코비치가 이 앨범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던 메시지였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이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포레 ‘꿈을 꾼 후에’, 드뷔시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쿠르트 바일의 샹송 등 다채로운 곡들을 모았다. “전 이 걸작들의 시적인 감성에 영감을 받았어요. 샹송 가사도 마음을 울리고요. 마음에 향기를 남기고, 별들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작품들이에요. 영혼이 담긴 음악이랄까요. 음악이란 장르에 관한 게 아닙니다.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관한 이야기죠!”
“보이지 않는 것을 찾으려는 충동 전해지길”
로자코비치와 메르시에는 오는 14일 아트센터인천에서도 듀오 리사이틀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무대에서야말로 가장 진실하고 강렬하게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는 로자코비치.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삶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했다. 음악으로 삶의 희망을 얻고,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한다는 그답다. “보이지 않는 걸 찾으려는 충동, 우리 영혼의 무한한 연결감”도 그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음악의 힘이다.

무대에선 차분하고 이지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공연장에서 나온 그는 K컬처의 팬이다. 박찬욱 영화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사랑하고 한국식 구이 문화에도 익숙하다. 공연을 끝내고 축하 파티를 즐긴 뒤엔 비빔밥을 먹는단다. 비빔밥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국
이 너무나 좋아서 조만간 한국어를 배우게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에 오는 건 언제나 커다란 기쁨이에요. 한 시즌의 하이라이트 같죠. 한국 관객들의 열정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 제게 힘을 주기도 합니다. 이젠 한국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덕분에 한국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마음이 한껏 따뜻해집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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