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택시가 막은 美 도로…자율주행 신뢰 시험대

입력 2026-06-01 08:28  


미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가 실리콘밸리를 넘어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안전성과 운영 신뢰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 시장의 성장 기대가 높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돌발상황 대응과 도시 관리 부담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모여든 무인택시
1일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파벳의 웨이모, 테슬라, 아마존의 죽스 등은 올해 미국 여러 도시에서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 차량이 실제 도로에 대거 투입되면서 경찰 보고서와 SNS 게시물에는 우려스러운 사고부터 우스꽝스러운 정체 사례까지 다양한 문제가 올라오고 있다.

대표 사례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했다. 어머니의 날 주말, 애틀랜타의 조용한 막다른 골목에 승객이 없는 웨이모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주민들이 도로의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자 이튿날 로보택시들은 장벽 앞에 줄줄이 멈춰 섰고, 약 두 시간 동안 서로를 가로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악천후 대응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주 애틀랜타에서는 웨이모 차량 두 대에 탄 승객들이 폭풍우 속 침수된 도로로 들어갔다가 갇히는 일을 겪었다. 앞서 4월에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승객이 없는 웨이모 차량이 침수 도로에 진입한 뒤 멈췄고, 회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전체 3800대 차량을 리콜했다. 당시 웨이모는 리콜 보고서에서 '차량이 고속 주행 중 통행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는 침수 차로를 만나면 감속은 하지만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모는 이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한 달 뒤 애틀랜타에서 비슷한 침수 정체가 다시 발생했다. 회사는 또 일부 도시에서 고속도로 운행을 며칠간 중단하고 공사구간 대응 방식을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 정전 때는 교통신호를 인식하지 못한 웨이모 차량들이 교차로에 멈춰서며 교통을 막았다. 올해 3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웨이모 차량이 총기 난사 현장에 출동하던 구급차를 잠시 가로막았다. 오스틴에서는 정차한 스쿨버스를 지나친 문제로도 반발을 샀다.
업체들 "로보택시 사고율 낮다"고 반박
업체들은 로보택시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웨이모는 자사 차량이 같은 도로를 달리는 인간 운전자보다 부상 사고가 80% 이상 적다는 동료심사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웨이모 대변인은 심각한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회사의 핵심 임무라며,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뢰는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을 주장한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소비자용으로도 제공되는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한 버전을 사용한다. 회사는 FSD가 인간보다 안전하다며, 경미한 충돌 전까지 160만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 평균인 22만마일보다 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고율만으로 안전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카네기멜런대 명예교수이자 자율주행 안전 전문가인 필 쿠프먼은 "로보택시 업체들이 안전을 마일당 사고 건수로 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행운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업체들이 안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안전 문제로 본다고 지적했다

시장 확장 속도는 빠르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올랜도 등 11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시장 선두 사업자다. 회사는 19개 도시를 더 추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로보택시 서비스를 올해 12개 주로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인공지능을 사업의 중심에 놓고 있으며, 죽스와 현대차가 지원하는 모셔널, 뉴로 등 신규 사업자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성장 전망도 크다. 모건스탠리는 자율주행 차량 분야가 2032년까지 미국 차량호출 산업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로보택시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기존 택시·차량호출 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 확대는 도시 교통, 보험, 노동, 경찰 대응, 응급차량 운행 등 여러 영역과 충돌하고 있다.
돌발 상황 때 대처 약해...규제 강화하는 미국 지자체
업계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이른바 ‘엣지 케이스’다. 이는 일상적 주행 상황을 벗어난 드물고 특이한 사건을 뜻한다. 침수 도로, 정전으로 꺼진 신호등, 공사구간, 응급차량, 스쿨버스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다. 기술 발전으로 인공지능 학습 속도는 빨라졌지만, 실제 도시 환경은 예외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웨이모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죽스 차량은 우회전 중 반대 차로 쪽으로 일부 진입했고, 회사는 이를 고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 머스크 CEO도 테슬라 로보택시가 도로에서 보이는 행동에 문제가 있어 출시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월 실적 발표 전화회의에서 테슬라 로보택시가 비정형 교통상황에서 여전히 혼란을 겪으며, 교통 흐름 속에서 멈추거나 같은 구역을 계속 도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기관의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초등학교 인근에서 웨이모 로보택시가 어린이를 친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웨이모는 차량이 제동해 충돌 당시 속도를 시속 17마일에서 6마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블로그에서 같은 상황에서 인간 운전자가 있었다면 시속 14마일로 접촉했을 것이라며 컴퓨터 주행 차량의 상대적 안전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웨이모 소프트웨어가 등교 시간 학교 주변에서 적절한 주의 수준으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지방정부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올해 로보택시 회사들이 상업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2월 입장을 바꿨고 웨이모의 시험운행 허가는 갱신되지 않았다.

보스턴 시의회는 로보택시 제한 방안을 논의했다. 운전자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는 노동조합들이 이를 지지했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많은 시애틀에서도 로보택시 업체들은 시위에 직면했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교통 효율과 안전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기존 노동시장 및 도시 통제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는 상황이다.
예상보다 느린 확장 속도..."안전에 대한 신뢰가 중요"
테슬라의 확장도 당초 예상보다 느리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테슬라 로보택시가 곧 미국 인구의 절반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최근에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스틴, 댈러스, 휴스턴 일부 지역에서 운행하는 로보택시 42대를 등록했다. 같은 텍사스주에서 웨이모 등록 차량은 577대다.

미국 내 로보택시 논란은 기술의 성숙도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업체들은 인간 운전자보다 낮은 사고율을 내세우지만, 도시는 응급차량 차단, 침수 도로 진입, 스쿨버스 통과, 정전 대응 실패 같은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빌랄 마무드는 3월 정전 관련 청문회에서 자율주행차를 신데렐라의 마법 마차에 비유하며 기술적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동화처럼 그 마차가 순식간에 호박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로보택시 업체들이 확장 속도와 안전 신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여부가 꼽힌다. 미국 차량호출 시장에서 자율주행의 비중이 커질수록 사고율 통계뿐 아니라 돌발상황 대응, 지방정부와의 소통, 응급·학교·침수 구역 운행 기준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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