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부도 '차원달라 병' 걸려"…한국 참기름 '93억' 터졌다

입력 2026-06-02 11:38   수정 2026-06-02 13:41

"한국 참기름은 풍겨오는 향의 깊이가 차원이 달라요. 일본으로 돌아가서 매일 요리에 써보고 싶습니다."

최근 일본 주부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을 다녀온 뒤 이른바 '한국 참기름 차원 달라 병'에 걸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한국 현지 음식을 경험한 뒤 전통 참기름의 독보적인 풍미에 매료되어 귀국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하소연하는 현상을 뜻하는 유행어다. 한국의 2030 세대가 일본 여행 시 편의점 투어를 필수 코스로 삼듯,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은 동네 골목시장의 오래된 방앗간을 방문해 갓 짜낸 참기름을 구매하는 이색 투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 고로상도, 톱스타도 반했다…일본 열도 뒤흔든 '방앗간' 참기름

전통 방앗간이 일본 관광객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른 배경에는 유명 인플루언서와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일본의 인기 드라마이자 영화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 역을 맡아 국내에서도 친숙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한국의 전통 참기름을 맛본 뒤 극찬을 아끼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일본 아이돌 HKT48 출신 사시하라 리노가 국수 요리에 한국산 참기름을 곁들여 먹으며 "맛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감탄한 영상은 현지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4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AKB48 출신 코지마 하루나 역시 한국의 재래시장 방앗간을 직접 방문해 기름을 짜내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며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 일본 SNS상에는 한국에서 구매한 참기름 병을 배경으로 한 인증샷과 후기가 줄을 이었다.

일본 소비자들이 손꼽는 가장 큰 차별점은 신선도와 압도적인 향이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손님이 주문하는 즉시 깨를 볶아 기름을 추출해 주는데, 병뚜껑을 열자마자 고소한 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며 "대다수가 공장형 제품이라 향이 다소 옅은 일본 내수용 참기름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 같은 현지에서의 뜨거운 체감 인기는 고스란히 수출 성과로 증명됐다. K-푸드 열풍과 맞물려 화학 첨가물 없는 웰빙 식단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산 참기름의 수출길이 넓어지고 있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참기름 수출액은 614만 달러로 지난 수치와 비교해 전년 동기 대비 37.0%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수출 중량 역시 657t으로 47.6% 껑충 뛰었다. 수출 금액과 물량 모두 동기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다.

한국산 참기름의 도약은 단기적인 반짝 흥행이 아니다. 2024년 1301만 달러의 수출고를 올리며 전년 대비 20.3%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668만 달러로 28.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올해 역시 초반부터 매서운 기세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순항 중이다.

국가별 수요를 살펴보면 대미 수출이 전체의 41.7%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뒤이어 캐나다(9.6%), 대만(7.6%), 호주(7.4%), 네덜란드(5.3%)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시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 전역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측은 최근의 수출 급증 배경에 대해 글로벌 시장 내 건강식 수요 증가와 K-푸드의 대중적 인기를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해외 전역에서 채식 위주의 식단과 인공 성분을 배제한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인위적인 화학 첨가물 없이 원물 그대로의 깊은 풍미를 살려내는 한국식 전통 압착 참기름이 고급 웰빙 소스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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