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용금융 늘리려다…부실채권 매각 2년간 3배 급증

입력 2026-06-03 18:42   수정 2026-06-04 00:37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매각한 대출채권이 2년간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에 발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빠르게 늘린 여파로 급증한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면 연체자를 양산해 이들을 강도 높은 채권 추심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채권

3일 금융감독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개 인터넷은행이 지난해 매각한 대출채권은 총 2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862억원) 대비 17% 증가한 규모다. 2023년(695억원)과 비교하면 213.3% 늘었다. 같은 기간 세 인터넷은행의 대출 증가율(24.1%)의 9배 수준이다. 토스뱅크의 채권 매각액이 10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케이뱅크(845억원) 카카오뱅크(294억원) 순이었다.

중저신용자 대출 중 매각한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급등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3년 0.36%에서 지난해 1.86%로 뛰었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는 0.9%에서 1.4%로, 카카오뱅크는 0.05%에서 0.22%로 올랐다.

국내 은행은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손실 처리한다. 자산건전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은행이 대출채권 매각을 대거 늘린 배경엔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의 신규 신용대출 가운데 30%를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우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전까진 평균 대출잔액의 30% 이상 비율을 유지하면서 전년보다 대출 규모를 줄이지만 않으면 됐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신규 대출의 30% 이상을 맞추기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늘렸다. 지난해까지 3개 인터넷은행이 실행한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총 3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인터넷은행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비중은 카카오뱅크(45.6%), 케이뱅크(33.6%), 토스뱅크(34.5%) 모두 목표치(30%)를 웃돌았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손실을 감수하고 처분하는 대출채권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인터넷은행의 연체율 하락도 이 같은 적극적인 매각 및 상각작업의 결과라는 평가다. 세 인터넷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출 연체율은 평균 0.73%로 전년 동기(0.81%)보다 0.08%포인트 낮아졌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상각하거나 매각하기 전 연체율은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데 정부 방침대로 포용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를 동시에 충족하려면 부실채권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실채권 추심시장行’ 가속화
금융권에선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이 단순한 대출 공급 확대에 그치면 부실채권이 추심시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부실채권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부업체와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된다. 이렇게 되면 채무자는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더욱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세 인터넷은행이 지난해 매각한 대출채권 가운데 1173억원어치(53.9%)가 대부업체, 유동화전문회사에 팔렸다.

이 의원은 “할당량 위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부실의 외주화로 귀결될 확률이 높고, 대출 공급 과잉을 유발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신용평가 고도화와 사후관리 체계 강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은행이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사회적 책임도 이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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