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견 복희가 다른 강아지의 생명을 살리는 ‘헌혈왕’이 됐습니다.”
건국대 부속동물병원 내 KU아임도그너 헌혈센터를 이끌고 있는 한현정 센터장(47)은 3일 “복희는 1세 때부터 석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지금까지 12차례 헌혈을 이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트리버 믹스견인 복희는 올해 5세로 사람 나이로는 50대 후반이다. 그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아이가 다른 생명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건국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한 센터장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강아지를 키워왔다. 현재도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그는 수년간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동물을 치료하며 혈액 부족 문제를 절실히 느꼈다. 그는 “중환자 치료에선 수혈이 정말 중요한데 원하는 혈액을 제때 구하기 어려웠다”며 “왜 동물은 사람처럼 헌혈 시스템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현대차의 지원이 ‘천군만마’ 역할을 했다. 한 센터장은 “채혈 뒤 혈액을 멸균 처리하는 장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현대차 지원이 없었다면 시스템 운영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9년 전국 순회 캠페인을 위해 중형 승합차 ‘쏠라티’를 기반으로 관련 의료 장비 등이 탑재된 헌혈카를 제공했으며 지금도 연 2억원 가량의 운영비도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TV 광고와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반려견 헌혈 문화를 알리는 데도 힘을 보탰다.
올해 목표는 ‘헌혈견 늘리기’다. 헌혈받은 혈액은 아직 전체 수요량의 1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혈액은 여전히 혈액 공급용으로 사육되는 ‘공혈견’에 의존하고 있다. 공혈견은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고 반복 채혈하기 때문에 동물복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센터장은 “공혈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헌혈이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런 이유로 사람의 혈액을 관리하는 대한적십자사도 초기 센터 구축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이어 “공혈견의 사육 환경과 관리 실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헌혈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센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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